(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박재흠 EY한영 파트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파트너는 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ESG 활동을 독려하려면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ESG를 잘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법인세 감면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파트너는 EY한영에서 ESG 전담팀인 CCaSS(기후변화와 지속가능경영서비스) 리더를 맡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유엔(UN)에서 책임투자 원칙(PRI)을 만든 이후 약 20여 년간 ESG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ESG가 기업의 주요 경영 의제가 된 것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과거의 삶과 소비패턴에 변화가 나타났고, 안전과 건강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ESG로 흘러갔다는 설명이다.

ESG가 지표화되고,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의 막대한 자금이 ESG 투자로 몰리면서 기업들도 ESG 경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 영향도 있다.

박 파트너는 최근 기업들이 비재무 정보인 ESG를 어떻게 공시해야 하는지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했다.

중견기업까지 다 포함한다면 ESG 공시를 해야 하는 기업은 2천~3천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파트너는 "아직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비재무 정보인 ESG를 어떻게 공시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며 "환경, 사회 규제에 대한 대응과 채권 검증, ESG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 컨설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ESG를 바라볼 때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모두 중요한 이슈이지만, 제한적 자원을 가진 상황에서 3부문을 모두 고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과 업종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사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 이슈의 맹점은 아직 정확한 측정기준이 없어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ESG를 수치화해서 의사결정에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ESG 평가기관들도 ESG를 잘한 기업에 순위만 매기기보다는 ESG를 잘한 그룹을 정하고, 그 케이스를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사례를 공유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파트너는 "시험의 경우도 1등이 목표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알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ESG 평가도 마찬가지로 ESG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 최근 들어 기업들이 ESG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왜 현시점에 기업들이 ESG 경영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가.

▲ESG는 과거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이슈 중심으로 기업 경영에서 계속 논의됐던 내용이다. ESG가 처음 나온 것은 2000년대 초반에 UN 사무총장이 PRI(책임투자 원칙)를 만들면서 나왔다. 투자하려면 지표화가 명확해야 하니, ESG를 지표화하기 위한 것. 그 시기 매우 많은 논의가 있었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ESG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안전, 건강, 보건의 문제가 중요해졌다. 코로나 때문에 인류의 지속가능성 등 과거의 삶과 소비패턴에 변화해야 한다는 자각과 함께 ESG 트리거가 된 것 같다. 기업들도 비대면 업무가 많아지고 환경 사회 이슈들에 대한 규제가 많아지면서 ESG 시장이 지금은 메인스트림으로 바뀌었다.

-- ESG 컨설팅을 받는 기업들의 가장 큰 니즈는 무엇인가.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더 큰 특정 산업이나 섹터가 있는지.

▲ESG 중 가장 핫한 부분은 공시다. 재무성과는 잘 돼 있지만, 비재무 정보인 ESG를 어떻게 공시하는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 보고서 이런 것도 더 많아질 것이다. 금융위가 2025년부터 2조원 이상 기업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하라고 했고, 중견기업까지 하면 2천개~3천개로 공시 대상이 늘어날 것이다. 기업들의 가장 큰 니즈는 ESG가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 수요가 높다. 또 환경, 사회 규제에 대한 대응과 채권 검증 등 ESG에 어떻게 투자하는지와 인수·합병(M&A)할 때 재무뿐만 아니라 ESG 실사 등에 대해서도 컨설팅하고 있다. 과거보다 요새 ESG가 핫해지는 이유가 금융권 때문이다. ESG 지표화가 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자 쪽으로 몰리게 되니까 그런 투자를 받는 기업들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자산 소유자와 연기금, 자산운용사, 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데 이들이 다 ESG 시각으로 묶이기 때문에 이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 국내 기업들의 ESG 도입이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가장 성과가 좋은 기업은 어디인지. 특히 어떤 부분에서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10년 전 잘했던 곳이 10년 후에도 잘하는 기업은 아니다. ESG 하려면 기업 사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장기적 안목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ESG를 하는 기업이 잘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우리가 놓인 자본주의 시장이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ESG에 대한 고민이 더 생길 것이다. 사주뿐만 아니라 요새는 전문경영인들도 ESG에 관심이 많다. 단기성과가 중요한 사람인데도 ESG에 관심이 커지는 건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뜻으로, 기업경영에 중요 고려 요소가 됐다는 이야기다. SK그룹 같은 경우 사주 의지에 따라 모든 계열사가 굉장히 높은 수준의 ESG에 진입해있다고 생각하고, 삼성, 포스코도 잘하고 있다. 추가로 한라그룹과 한화그룹, 넷마블 등의 기업도 눈여겨 봐달라.

-- 기업들이 발표하는 ESG 계획을 보면 대부분이 플라스틱 감축, 탄소중립처럼 환경(E)에 치우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SG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점이 부족하고,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ESG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중요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 ESG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가 다 중요하다. 하지만 ESG 이슈가 많은데 이걸 다 고도화한다는 것은 제한적 자원을 가진 상황에서 힘들다. 기업 차원에서 ESG라는 이슈는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과 업종 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에는 환경이 많이 나오는데, 기업들이 환경에 특화해서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은 과학적으로 측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 이런 것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국제 회계기준 IFRS에서도 비교가능성과 통일성을 맞추기 위해서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회계기준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 기업 현업 부서에서는 ESG 경영을 도입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모든 지표를 수치화해서 표현하는 것을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지게차를 전기차로 바꿨을 때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혹시 기업들이 ESG 경영을 좀 더 쉽게 도입하기 위해서 개별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더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ESG 이슈의 가장 큰 맹점은 측정 체계에 대한 것이다. ESG는 측정기준이 다양하다. 환경 물질은 톤, 개, ISO 14000이라는 인증 있는데 인증개수, 사고 건수 등 기준 통일이 안 됐다. 그래서 의사결정에 활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SK 같은 그룹에서는 이런 기준을 화폐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글로벌적으로도 ESG를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서 수치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계속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장기로 봐야 하고, 투자와 관심을 계속 두는 기업이 향후 경쟁우위를 갖게 될 것이다. 개별기업이 ESG 투자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는 ESG 비용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장기적으로 비용인지 투자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이런 관심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정부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협의해서 많이 만들어야 한다.

-- 국내에서는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 간 기준 등에서 차이가 있는지. 국내 기업들의 ESG를 활성화하기 위해 평가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산업별 가중치 등 평가기관마다 방식이 차이가 있다. 지금은 ESG 잘한 기업 못하는 기업을 순위를 매기는데, 그렇게 순위를 정하기보다는 잘한 그룹을 정하고, 잘된 케이스를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의 경우도 1등이 목표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알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ESG 평가도 마찬가지다. ESG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고, 기업 차원에서도 데이터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국민연금이 ESG투자를 활성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 중에서는 좋은 ESG 등급 평가를 받아도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ESG 등급과 기업들이 받는 투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ESG 투자에서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투자기관의 어려움이 한 기업에 대한 평가가 평가기관별로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EY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와 기업 간 인식의 간극이 있다. 혼란이 있다는 것인데, 기업이나 평가기관이나 투자기관이 원하는 방향을 잘 알아야 한다. 지금 투자기관들은 기후변화나 인권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그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ESG 관리부서와 투자 부서 간에도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져야 한다.

-- 한영회계법인의 그간의 성과를 소개해 달라.

▲독일, 호주 등 글로벌 다른 EY 오피스와 수시로 이야기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글로벌 이니셔티브도 앞장서서 하고 있다. 찰스 황태자가 펀딩하고, 유니레버, 펩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간 네트워킹을 하는 S30이라는 협의체도 EY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EY컨설팅의 서비스도 ESG 관련 공시부터 전략, 성과관리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특히 빅4 중에 가장 젊은 조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팀은 20명 정도가 속해있고, 감사본부의 회계사들이 순환근무로 같이 근무하면서 다양성도 있다.

jy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