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문제가 아닌 공급 문제…임금 상승세 "놀라운 수준"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미국의 4월 고용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긴축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

7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6만6천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100만 명 증가와 팩트셋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97만5천 명을 모두 밑돈다.

실업률도 6.1%로 전달의 6.0%에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5.8%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 연준 테이퍼링 우려 후퇴…"갈 길이 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4월 고용 수치는 회복이 위험에 직면했다는 신호는 아니라며 다른 대다수 지표가 경제 활동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여기에 얼마나 큰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이번 보고서로 "금리 인상은커녕 테이퍼링 논의도 여전히 멀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도 "연준이 테이퍼링을 주저하던 것에 약간의 정당성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트레이드의 나임 알삼 수석 시장 전략가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조만간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 백신의 빠른 접종과 경제 재개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연준의 예상과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어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하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날 고용이 100만 명을 넘어섰을 경우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양적완화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해온 모든 사람에게 이날 보고서는 우리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번 보고서는 전망이 아닌 결과에 정책이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경제가 완전 고용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동안 자산 매입 프로그램 논의와 관련해서 아직은 이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피력해왔으며 대다수 연준 위원들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연준은 자산 매입 축소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완전 고용과 물가 목표 달성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 수요가 아닌 공급 문제 시사…연준 정책 "복잡해져"

주목할 점은 고용 증가세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이 수요 쪽 원인, 즉 일자리가 적어서가 아니라 공급 쪽 문제, 즉 일하려는 사람들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수요가 매우 강하다는 무수한 조사 자료가 있다"라며 실업률이 6.1%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료로 3월에 지급된 주당 300달러의 실업수당 확대로 노동력 공급이 악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훨씬 더 쉬워질 것"이라며 게다가 코로나19 우려로 일부 사람들은 노동시장으로 계속 들어오길 꺼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보고서는 모두 공급에 대한 문제라며 전미자영업연맹(NFIB)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를 구하지 못한 일자리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는 수요는 엄청나지만,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육아 문제와 실업보험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많은 전문가는 경제가 개방되면서 수요는 넘쳐나지만, 코로나19 우려와 실업수당 확대 등으로 노동력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4월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달보다 0.7% 상승해 작년 12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년 전보다 0.3% 올랐다.

전문가들은 평균 시간당 임금이 전달과 같은 수준이고, 전년 대비 0.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르게 임금이 오르고 있음이 확인됐다.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가격 압박과 공급 제한으로 공급망에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일이라 통화정책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런스는 이번 보고서는 연준이 가장 중요한 노동시장에서의 병목현상을 놓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 재개로 노동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그러나 공급이 부족할 경우 임금을 계속 올려야 한다며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은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주목하는 지표다.

쉐퍼더슨은 "사람들이 제안받은 임금으로 일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임금은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며 이번 4월 임금 지표는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이번 수치를 수요의 부족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지만, 이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설명이라며 오히려 "연준과 재정부양책, 경기 회복 간의 상호작용을 복잡하게 만드는 노동력 부족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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