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이제 인버스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방향성 베팅은 위험하다. 매크로 상황이 좋지 않고 주가가 고평가됐다면 주식시장을 떠나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 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증시에서 개인의 방향성 베팅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신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증시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단순한 방향성 베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정책 변화에 대응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필요는 있으나 증시에서 실적 개선 종목을 중심으로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크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노 센터장은 "테이퍼링으로 주가가 미리 빠지면 재료를 반영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도 있고, 선진국 시장 편입 시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 수도 있다"며 "인버스는 고도의 전문투자자들이 헤지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퍼링 시기는 2023년으로 전망하며 인플레 헤지를 위해 배당주나 은행, 보험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도 추천했다.

노 센터장은 21년째 현직 전기·전자 애널리스트로 반도체 전문가로 불린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업황에서 주가가 실적과 동행하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에서의 기술적 혁신과 폴더블 폰 출시 등 주가에 추가 상승 동력을 더할 재료들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인텔 낸드 사업 인수가 향후 캐시카우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상단은 3,500포인트를 유지하면서도 상단이 무거운 '쉽지 않은 장'이라는 게 노 센터장의 하반기 증시 전망이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비대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을 비롯해 향후 경기 회복에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총 7개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노 센터장은 196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신영증권, LG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2014년부터 현대차증권 리서치 센터장 겸 반도체 애널리스트를 맡고 있다.

다음은 노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코스피, 향후 1년간 전망은

▲ 지수 상단 3,500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다. 지수 전망은 자주 바뀌지 않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자기자본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올해 쉬운 장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실적 장세라 실적은 좋지만, 주가는 살짝 오르는 데 그칠 것이다. 물론 작년은 금융 장세라 실적이 나빠도 주가는 잘 올랐지만 이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시장 편입 이슈가 아니라면 이미 작년에 많이 올라 더 크게 오르긴 어렵다. 코스피 3,000포인트를 기준으로 15% 정도 더 오르되 실적이 잘 나오는 업종만 갈 것이다.

-주목하는 섹터는. 기존과 전망을 바꾼 게 있다면.

▲서비스업종의 경우 순환매에 주가가 오를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장기 투자하기엔 위축될 것 같다. 또 바이오 업종의 경우에도 실적이 아직 없는 데다 공매도 때문에 상단이 무겁다. 향후 집단 면역이 이뤄진다면 진단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성장주는 좋게 보고 있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고 테이퍼링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지만 유동성에서 실적 장세로 가는 과정이라 실적이 잘 나오는 성장주는 여전히 주목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비대면 흐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중심에 BBIG 업종이 있다. 또 경기 회복에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7개 업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증시 자금 방향은.

▲공모주 쪽으로 돈이 모이고 있다. 또 지수가 어느 정도 박스권에 갇히면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도 증시 자금이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투기자본'은 항상 증시 주변에 있었다. 작년엔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유리했으나 올해는 간접 투자, 중위험 상품 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 공모주는 채권 혼합형이 많다. 작년엔 개인이 일반 펀드 가입해도 수익률이 높았는데 올해는 모든 펀드가 수익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증권업 전체로 보면 배당도 많이 하고 주가가 잘 올라 좋은 시기다. 주식 시장에 들어온 돈은 제로 금리 상황에서 쉽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확정금리 상품이 오르니 그때 이동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증시 내 다양한 간접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아 보인다.

-테이퍼링과 관련한 시장 민감도가 크다.

▲테이퍼링 시기는 2023년으로 보고 있다. 2022년에 단행한다면 시장이 모두 놀랄 것이니 충격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물론 시장을 냉각시킬 필요는 있고, 충격은 불가피하다. 2008년보다 훨씬 돈을 많이 풀어서 0.5%만 올라도 이자를 그만큼 갚아야 하니 가계 소비 여력이 준다. 3월 금리 발작 이후 시장에 내성은 생겼지만 막상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신호를 확인하면 리스크관리에 들어갈 것이다.

점차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배당주 쪽에 투자하거나 은행, 보험업종을 주목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 중 인버스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방향성 베팅은 위험하다. 테이퍼링으로 주가가 미리 내리면 재료를 반영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 또 선진국 시장 편입 시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인버스는 고도의 전문투자자들이 헤지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쓰는 것이지 단순히 방향성을 보고 투자하기엔 위험하다. 매크로 상황이 좋지 않고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생각한다면 주식시장을 떠나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면 된다.

-D램 가격 크게 올랐다. 실적과 동행하지 않는 주가 어떻게 봐야.

▲서버용 D램 가격이 170% 올랐고 2분기 안에도 약 20% 정도 더 오를 거라 본다. D램의 2차 빅 사이클이 온 건 맞다. 나머지 비메모리의 경우 업황을 따라간다. 칩의 성능을 올리고 전력 소모는 줄여야 하니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슈퍼사이클은 가격 탄력성 좋은 메모리에만 해당하고 그 중 D램에 해당하는 것이다. 현재 2018년보다 이익은 덜 났는데 주가는 더 올랐다. 슈퍼사이클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비즈니스에서 TSMC를 위협할 정도로 전력 소모가 적고 개선된 성능의 제품을 생산해내면 주가는 한 번 더 갈 수 있다. 내년부터 GAA(Gate-All-around) 공정을 적용해 3나노 파운드리부터 기술적 혁신을 보여준다면 가능하다. 또 3분기엔 갤럭시 폴더블 제품을 내놓는다. 이 제품이 전작보다 하드웨어 혁신이 많으면 올해 출하량이 많을 것이고, 애플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애플도 2023년 폴더블을 특정 모델에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폴더블 생태계 확장을 통해 삼성 디스플레이가 다시 초격차가 되는 것이다. 이미 중국 회사 제품에 대한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삼성전자 주가의 경우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이 메모리 사이클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인텔의 SSD용 '컨트롤러IC' 사업을 올해 인수하는데 이게 잘 되면 낸드 사업이 안정적 캐시카우가 될 것이다. 주가도 한 번 더 갈 것이다.

- 공매도 재개 이후 코스피 하방 압력 가시화되고 있다.

▲공매도 영향이 어느 정도 시장에 투영되고 있으나 이미 4월에 선반영해 주가가 하락해 일부 프라이싱 돼 있는 상태다. 그간 외국인은 공매도가 불가해 헤지할 게 선물 매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스피200선물이 코스피200보다 저평가돼 있어 현물에서 시가총액 큰 것부터 계속 팔았다. 이젠 공매도가 가능하니 업종이 안 좋은 건 공매도로 숏을 치면 자연 헤지가 된다. 대신 좋은 기업은 사면 된다. 시총 상위 기업 중 3분기에는 실적이 좋은 반도체, 즉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다 전망이 좋고 특히 삼성전자는 1분기보다 3분기 실적이 의미 있게 좋아질 것이다. 오히려 반도체 쪽에는 공매도가 긍정적인 수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분기부턴 선물 저평가도 해소될 것이다.

sy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2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