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에 한국을 편입시켜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당국도 외환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할 때와 상황들이 달라졌다"며 "특히 원화의 교환성(Convertibility) 문제를 보면 역내 시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전에는 (MSCI 측에서) 원화 역외 시장이 미진해 24시간 거래가 안 된다는 점을 결격 사유로 들었지만, 그때와 지금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은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MSCI 측에 한국을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승격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불거진 MSCI의 '역외 원화 시장 부재' 문제에 대한 정부 측의 설명인 셈이다.

MSCI 측은 한국이 '원화의 역외 현물시장(offshore currency market for KRW)'의 부재로 외국인 투자자가 환전에 불편을 겪고 있어 선진시장 편입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또한 원화가 이미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이기 때문에 투자 자금을 환전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달러-원 거래액은 전 세계 10위 수준이며 기축통화 간 거래를 제외하면 호주 달러와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홍콩 달러에 이어 5위다.

MSCI측이 통화간 완전한 교환성을 역외 원화 시장의 존재 여부로 판단하겠다는 강한 요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NDF 시장 거래가 활발해 실질적으로 외국인들이 24시간 통화 거래와 환헤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어 "공식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MSCI측에서 우리 NDF 시장이 과거보다 훨씬 더 활성화돼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NDF 거래량은 BIS 자료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라 우리 측에서 따로 증명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수차례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여러 차례 무산됐다.

2012년에 이어 지난 2016년에도 우리 증시를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 명단에 올리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결과는 같았다.

2016년 1월 외국인 접근성 개선을 위해 '외국인 통합계좌(omnibus account)'를 도입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고,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30분씩 연장한 것도 MSCI 선진지수 편입 노력의 일환이었다.

현재도 정부와 MSCI 실무진과의 소통은 계속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재협상을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와 MSCI 실무진 사이에 주기적 만남이나 화상회의는 계속되고 있다"며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과거 부처 차원에서 추진했던 적이 있는데 MSCI에서 요구했던 게 역외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을 개설해달라는 것이었고 지금도 같은 스탠스"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이뤄진다면 국내 증시에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다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MSCI가 다우존스, S&P, FTSE에 이어 우리나라 증시를 선진시장으로 승격시킬 경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고 외국인 순매수 규모 또한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10위라 경제 체력으로는 충분히 선진 지수 편입이 가능하지만 준비 기간은 더 필요해 보인다"며 "분명한 건 국내 증시가 2009년 FTSE 선진국지수 편입됐을 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많이 샀고 MSCI 규모가 훨씬 더 큰 만큼 한국 증시에 '남북통일' 다음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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