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컬처웍스 부진에 구조조정 효과 반감

일회성 비용 발생 지속…이베이코리아 인수자금 마련도 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쇼핑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언제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지를 놓고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입은 컬처웍스 등 계열사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데다, 이커머스 사업부 역시 본격적인 외형성장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한동안 영업손실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몸값만 4조원대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자금 마련에도 큰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여 인수·합병(M&A)을 통한 온라인 사업 확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 1분기 전년 대비 18.5% 증가한 6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시장 예상치(1천388억원)에는 크게 못미쳤다.

백화점 영업이익만 1천30억원에 달했으나 컬처웍스, 이커머스 등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며 실적을 깎아먹었다.

할인점 롯데마트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3.4% 급감한 10억원에 불과했다. 매출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전년보다도 10% 줄었다.

올 1월부 롭스사업부를 흡수·통합하면서 영업 종료 비용(85억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롭스는 2015년 독립 사업부로 출범한 이후 헬스앤뷰티(H&B) 시장 성장에 따라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왔지만, 치열한 시장 경쟁과 CJ올리브영에 밀리면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5년 만에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에 접어들었다.

롯데쇼핑은 현재 100개 수준인 롭스 매장을 연내 52개까지 줄인다는 계획으로, 올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롯데쇼핑은 마트과 슈퍼 점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작년 2월 오프라인 점포 700개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240여개를 닫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지 1년도 안 돼 목표의 절반인 119개 점포를 없앴고, 올해도 70개 점포를 추가 구조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데에는 장기부진의 늪에 빠진 컬처웍스 영향이 크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투자배급사 컬처웍스는 올 1분기 4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영업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 한 해 1천600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으로, CJ CGV가 경비 절감 등 운영효율화로 올들어 적자 폭을 축소해 나가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롯데온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업부 매출은 280억원으로 전년대비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을 29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약 2배로 확대됐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은 쿠팡,네이버쇼핑, SSG닷컴 등 경쟁사들이 코로나19 특수를 입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차별화 전략이 시장에 먹히지 않으면서 부진했고, 결국 대표를 경질하고 외부인물을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쇼핑 측은 본격적인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함에 따라 판관비와 운영비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커머스 공룡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자리잡기까지는 적어도 내년까지 막대한 비용이 지출될 것이란 관측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커머스와 컬처웍스에서만 1분기 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오프라인 구조조정 효과를 반감시켰다"면서 "1분기 구조조정 효과는 전분기 대비 크게 축소됐으며, 특이 이커머스 부문 총상품판매액(GMV) 성장률은 4.3%로 작년 연간 성장률(6.3%) 및 시장 예상치(14.4%)를 크게 밑돌며 실망감을 줬다"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할인점 수익성 저하가 심각하고, 이커머스 손실폭이 예상보다 커 작년 하반기 보여줬던 실적 안정성이 다시 꺾인 모습"이라며 "2분기에도 9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년 기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자금 마련에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쿠팡을 뛰어넘어 단숨에 온라인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4조원 이상인 인수가격과 이후 통합 과정 등에서 소요되는 자금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IB 업계에서는 롯데가 이커머스 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 등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등이 실적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고, 다른 계열사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해 구조조정 효과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향후 수년간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롯데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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