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상단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와 재난지원금 문제 등 재정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미국 금리와의 스프레드나 국고채 장단기 스프레드 등 그동안 신뢰할만했던 금리 레벨 판단의 기준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수급상 최근 장기물 공급이 갑자기 늘어난 사정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외국인이 대량으로 19-8호를 매도한 이후, 대규모 30년물 국고채 입찰과 뒤이은 비경쟁인수까지 시장의 매수 여력을 감소시킨 이벤트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1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국고 3-10년 스프레드는 99.8bp로, 100bp에 근접했다. 3-10년 스프레드는 지난 3월 금리 급등 당시 일시적으로 100bp를 넘었다가 다시 전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스프레드도 10년물 기준 56bp 수준으로, 지난 3월 고점으로 되돌아왔다. 미국 금리는 4월부터 안정세를 나타내 하락했는데, 우리나라 금리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약세 재료에만 민감하게 반응한 탓이다.

시장에서는 재난지원금 관련 불확실성과 한미 양국의 통화정책 차이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예상외로 크게 불어난 장기물 공급이라는 수급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 프랭클린템플턴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은 지난 4월 이후 국고 10년 비지표물인 19-8호를 이례적으로 3조1천억 원 매도하면서 단기물로 갈아타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물량이 바로 국내 기관에 풀리지는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는 장기 구간의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첫 국고채 공급인 30년물 입찰이 역대 최대 규모인 3조5천억 원으로 진행됐고, 마침 이후 초장기 금리가 강세를 보이면서 비경쟁인수 옵션으로 1조2천250억 원이 추가 발행됐다.

연이은 대규모 물량에 공급 부담이 장기물 전반으로 퍼졌다. 단순히 레벨 분석에 따른 저가 매수만으로는 금리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 나타난 셈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의 대규모 10년 비지표 채권 매도로 시장이 무거워졌던 것"이라며 "그 상태에서 30년물 입찰을 소화하고, 비경쟁인수 옵션 물량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필요한 재원 규모에 대한 추산도 천차만별이라 당분간 금리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시장에 롱 재료가 없다"며 "국고채 장단기 스프레드 100bp라는 암묵적인 저항선이 있을 뿐 그 레벨이 강하게 뚫린다면 심리가 더 무너져서 시장 분위기는 더 험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민위로금이나 손실보상 이슈는 계속 살아있다"며 "규모가 확정이 되면 장기구간 매수세가 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미리 사기는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일단은 국고 5년 이하 구간에서 캐리 수익과 롤링효과 등을 노리면서 버티고, 10년 구간은 뉴스가 확정되면 사자는 분위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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