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세상에 공짜 점심은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격언을 단번에 뒤집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하루에 1번 이상은 꼭 만나게 되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이야기다. 플랫폼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있다.

강성호 금융위원회 서기관이 쓴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전통적인 경제학이론과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는 네트워크 경제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안내서다.

저자는 플랫폼 기업이 기존 기업과 달리 전혀 다른 두 경제주체를 연결하는 '양면시장'의 속성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은 한쪽에는 판매자, 한쪽에는 소비자를 두고 이 시장을 연결한다. 카카오톡이 공짜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만 하면 플랫폼 반대편에 광고기업이 몰리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시스템이다. 즉, 돈을 내는 쪽과 혜택을 받는 쪽이 다르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쪽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플랫폼 경제에 공짜 점심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속성을 토대로 사용자를 끌어모은 플랫폼 기업이 금융업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기존 금융회사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편리한 소비자 경험을 보유한 덕분이다. '좋아요', '구매후기', '별점' 같은 상거래 정보는 기존 금융정보와 결합하면 더 정확한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러한 기업들의 부상이 전통적인 은행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은행의 미래에 대한 주요 시나리오는 5가지다.

일부를 살펴보면 플랫폼 기업의 양면시장 속성이 잘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은행과 플랫폼 기업이 역할 분담을 하는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는 엄격히 분리된다. 플랫폼 기업이 고객 창구가 되고, 은행은 플랫폼을 빌려 예금이나 대출의 판매 창구로 삼는 것이다.

은행과 플랫폼이 제휴하되, 은행 브랜드가 사라지는 시나리오도 나타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금융의 본질적 기능이 대체되고 상품을 유통하는 플랫폼만 존재하는 은행의 소멸이란 시나리오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너무나도 쉽게 타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플랫폼 기업은 통제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금산분리와 유사한 '플산분리' 규제라는 아이디어를 던진다. 플랫폼 기업과 인접산업 간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이들이 가진 데이터를 모든 사람과 경쟁 기업에 개방하도록 하는 '데이터 공유 의무'도 논의할 수 있다고 봤다.

저자는 대표적인 플랫폼 서비스인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을 예로 들며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로 작동하는 소유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논점도 엿볼 수 있다며, 결국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유와 공유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미디어숲. 256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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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6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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