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자사 페이 플랫폼의 표준을 통일시키는 데 합의한 데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12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9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비씨, NH농협카드)는 최근 앱 카드 상호 연동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규격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7일 송고한 '카드사 페이 플랫폼 호환으로 가나…빅테크에 대응' 기사 참고)

이달 안에 입찰 공고를 내 표준 API를 만들 업체를 선정한 후 표준화 작업이 완료되면 각 카드사는 동일한 앱 표준 아래에서 자사 앱에 다른 카드를 탑재해 결제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KB국민카드 앱에서 신한카드를 결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카드사들이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간편결제 업체들이 날로 확장해가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 상위 3개 업체가 차지하는 이용금액 비중이 65.3%를 차지하는 등 자사 카드만 연동되는 카드사의 페이 플랫폼은 경쟁력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API 표준이 개발되고 난 후에도 카드사들이 다른 카드사 앱에 자유롭게 탑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각 카드사가 표준화에만 합의했을 뿐 자사 앱에 어떤 카드를 탑재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또한 카드사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하나의 카드사 앱으로 다른 카드를 자유롭게 쓰기까지는 향후 1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대형 은행계 카드사들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자사 앱에 상품을 연결하고 다른 카드를 탑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은행계 카드사는 지방은행 등과 결제계좌를 자유롭게 연동해 쓸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 고객 충성도가 높은 기업계 카드사는 상대적으로 호응도가 떨어진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표준화에만 합의한 상태로 어떤 카드사 앱이 어떤 앱에 탑재될지 결정되지는 않았다"며 "각기 이해관계가 달라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자유롭게 카드들이 호환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자사의 모든 금융상품을 연동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만 이를 경계하는 기업계 카드사는 입장이 좀 달라 보인다"며 "기업계 카드사는 은행 지주에서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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