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의 대기모드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환시 참가자들의 피로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큰 이벤트나 새로운 이벤트 없이 기존 재료가 반복되는 가운데 실수요마저 달러-원 상하단에 포진하면서 박스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환시 참가자들은 12일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이날도 외국인 주식 대량매도 관련 역송금 수요와 1,120원 위에서의 네고물량 간 공방이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5월 들어 전일까지 달러-원 환율 일평균 변동폭은 4.3원 수준을 나타냈다.

그마저도 월초 달러 매도 포지션 손절과 외국인 주식 매도 등에 변동폭이 컸던 하루를 제외하면 3.5원 수준의 일평균 변동폭을 기록했다.

환시 참가자들은 최근 역외시장 움직임을 반영해 달러-원 환율이 갭다운·갭업 출발하면서 일별 변동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물환 시장 장중에는 2~3원 내외의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하면서 시가와 종가의 차이가 불과 1원도 되지 않는 날도 많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좁은 변동성의 가장 큰 요인으로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이벤트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기하는 실수요 물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수급 자체가 위아래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1,120원 위에서는 네고물량이 그동안 많이 쌓이다 보니 달러 매도가 나오는데 1,110원대 중반 수준에서는 결제수요가 나오면서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위안화나 유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원의 장중 움직임이 제한된 점도 수급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팽팽한 수급 대립은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8.5% 증가한 543억8천만 달러, 수입은 19.3% 증가한 464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11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입 증가에 흑자폭은 조금씩 축소되는 흐름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4월 수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41.1% 증가한 511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33.9% 증가한 508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환율에는 양방향 재료로 작용하는 셈이다.

지난 3월 거주자외화예금도 수출대금 예치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실수요의 대기 현상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달러 매도의 대표 주체가 수출업체의 네고물량과 역외인 가운데 달러 매수 주체는 수입업체와 외국인 증권자금 등이 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4월 21일 코스피 시장에서 1조4천억 원 이상의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도한 이후 5월까지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일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2조 원이 넘는 주식을 투매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1,120원 턱밑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날 관건은 재료 부재와 수급 공방 속에 외국인 주식 매도와 관련한 역송금 물량이 실제로 얼마나 출회할지다.

환시 전문가들은 박스권 장세에 시장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주식 조정이 이어진다면 달러-원도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외환 딜러는 "외국인이 그동안 쌓인 주식 매도 자금을 다 환전해서 나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주식이 좀 더 의미 있게 조정을 받는다면 환율이 오를 수 있겠지만, 일단은 미국 물가 지표 대기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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