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현행 최종호가수익률에 고시된 기업어음(CP) 금리가 높은 경직성을 보이면서 산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고시체계 안에서는 뾰족한 해법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CD(양도성예금증서)에 이어 CP 고시금리까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고시금리 업무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달 공개한 '2020년 단기금융시장 리뷰'에서 CP 최종호가수익률은 그간 CD 금리와 유사하게 높은 경직성을 보이면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민간 채권평가사 금리는 상대적으로 실제 시장가격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한은은 CP 최종호가수익률의 산출 방법 개선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CP 고시금리는 작년부터 민간평가사 금리와 가격 차이가 확대하는 등의 괴리 현상이 부쩍 심해진 모습을 보인다.



<CP 고시금리(적)와 CP 민평금리(청) 추이 비교>



시장 참가자들은 CP 고시금리 괴리 문제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할지 여부에는 다소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상 CP 고시금리가 시장에서 사용되지 않아 개선 필요성이 크지 않을뿐더러 CP 금리 특성상 제대로 된 산출 여건을 마련하기에 까다로운 점이 한계로 꼽혔다.

금융투자협회에 호가를 제출하는 증권사들 역시 CP 거래를 취급하는 분야가 각자 다른 만큼 적정 하나의 CP 지표물 금리를 제출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의 한 CP 브로커는 "금투협 CP 고시금리는 잘 안 본다"며 "채권은 등급이 세분되어 있는데 CP는 91일물 하나만 낸다"고 말했다.

그는 "CP는 A1 등급만 해도 굉장히 유니버스가 많다. 개별 종목 이슈 등이 더 중요하고 그에 따라 금리 차이도 꽤 난다"고 말했다.

한은도 이처럼 CP 금리의 경우 같은 등급 내에서도 종류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CP 지표물 호가를 산정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간 채권평가사들은 시장의 실거래 수익률, 스프레드 등 시장정보는 물론 발행정보 수집을 통해 분석한 발행기업별 단기지급능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브로커는 "CP 산출 개선 작업은 애초에 무의미해 보인다"며 "CP는 민평 금리도 잘 안 쓰는데 시장에는 있으나 마나 한 호가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의 신용등급 AAA~AA-가 단기 등급 A1이다"며 "A1 공사채 금리와 AA- 여전채 금리를 한번에 상징적으로 고시하는 건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시금리 산정을 둘러싼 현실적인 요소를 따져보면 CP 금리 개선이 아닌 고시체계 전반에 대한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미 전문적인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평가사 금리를 대신해 증권사의 호가를 취합해 고시하는 일은 이전보다 유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고채와 통안채 등 실시간 거래량이 풍부한 채권이 아닌 CP 금리의 경우 더욱 이런 문제에 취약하다.

CD와 마찬가지로 증권사가 CP 금리를 제출하면서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괴리 내지 경직성 문제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은) 예전보다 민평금리 평가가 많이 정착했다"며 "국고채의 경우 가격발견 기능이 어렵지는 않지만, CP 금리는 프라이싱의 영역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편하게 사용하던 최종호가수익률도 어느 시점에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며 "해외 사례와 비교해봐도 지금처럼 오전과 오후 나누어 금리를 고시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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