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재정, 통화부양책에 힘입어 질주하던 미국 증시가 국면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저금리에 기초해 높은 미래가치를 평가받던 기술주들이 차익 실현과 인플레이션 우려, 투자자들의 피로감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에너지, 은행, 산업주 등 그동안 타격을 입었던 종목들이 증시 주도 종목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최근 12개월 동안 41.4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1.69%, 나스닥은 45.66%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서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데 지수에서 나타나듯 나스닥이 상징하는 기술주가 시장 상승의 동력이 됐다.

이런 양상은 올해 들어서는 변화하고 있다.

주요 지수의 올해 변동폭을 살펴보면 다우 11.97%, S&P500 10.54%, 나스닥 3.98% 등으로 기술주가 쇠락하고 전통 산업주들이 강세를 띠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1조9천억 달러의 코로나19 부양책을 집행하고 4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교육 및 보육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규모 재정지출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 내 1억 회로 잡았던 백신보급 목표를 2억 회로 상향하는 등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양상을 나타내자 실물경제 회복의 기대가 강하게 떠올랐다

문제는 금리다. 강한 경제회복세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장기금리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지표 금리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초 0.917%에서 시작해 3월 말에는 무려 1.745%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고 가치주로의 이동을 촉진하는 동력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주에서 가치주로의 이동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루 밀러 부사장은 "산업재, 금융, 에너지, 소비재, 소재 업종은 순환 거래가 끝날 때까지 시장평균수익률을 상회할 것"이라며 "순환 거래는 계속될 것이다. 이 거래의 절반은 끝났다고 보지만, 아직 결말에 가까워지진 않았다. 계속 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밀러 부사장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14%에 불과하지만, 기술주 비중은 그 두 배에 달한다"면서 "가치주의 시가총액이 작은 것은 순환 거래가 수개월 이어진 뒤에도 이들 업종이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소외된 가치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BOA는 거래량이 많은 가치주의 경우 극단적인 움직임을 더 자주 보이므로 피해야 한다며 장래 주가수익비율(PER)과 장기 투자 펀드의 투자 비중을 살펴보라고 설명했다.

푸르덴셜, 인베스코 등 일부 금융주와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AT&T, 퍼스트 에너지 등이 BOA가 추천한 종목이었다.

강한 인플레이션 기대 속에서도 완화적 입장을 고수하는 연준이 있는 한 가치주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작금의 경기 불황 속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며 "유동성 지속과 기존의 정책 유지는 가치주 실적 호전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오랫동안 증시가 상승장을 펼쳐 온 데 따른 투자자의 불안과 피로가 누적된 점은 주의해야 한다.

제니스 헨더슨의 폴 오코너 멀티에셋 헤드는 "S&P500지수가 고점에서 1%가량 떨어져 있지만, 주식시장이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에 높은 기대감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현재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좋은 뉴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AB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아닌 홀저 매크로 전략가는 "마진 압박과 테이퍼링 위협이 시장을 겁먹게 한다면 1분기 실적이 가장 좋은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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