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후, 현재 국회에 차등의결권 도입을 담은 개정법률안(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상법)이 다수 계류 중이다.

차등(복수)의결권이란, 일반적으로 1주(株)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대주주 또는 창업자가 가진 주식에 대해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로써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해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와 같은 차등의결권을 법률에 도입하기 위한 입법은 오래전부터 논의돼왔으나, 실제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이에 대해 다시 한번 대대적인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3월 쿠팡이 미국에 상장함으로써 김범석 의장이 가진 Class B 주식 1주는 일반 주식(Class A)과 비교해 29배의 의결권을 갖게 됐다.

김범석 의장의 경우, Class B 보유 지분이 2%만 돼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 및 행사가 예상된다는 것이 중론이었으며,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쿠팡 상장 직후 자신이 보유한 Class B 주식 일부를 일반 주식인 Class A 주식으로 전환했음에도 약 76%의 의결권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차등의결권 때문에 자국의 증권시장이 아닌 다른 나라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기업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2014년 홍콩 거래소에 상장하려 했지만,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아 뉴욕으로 선회했다가, 2018년 홍콩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주식)을 허용하자 홍콩시장에도 상장했다.

이와 같이 미국을 비롯한 홍콩, 싱가포르 등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증권시장이 세계 유니콘 기업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자, 우리나라에서도 벤처기업이 외부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더라도 기존 창업자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주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최근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한편, 이처럼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차등의결권제도가 악용되어 결국 지배주주 권한만 강화하고 국내 재벌의 세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으며, 차등의결권 외에 경영권 방어 수단도 있어 제도 도입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반론을 반영한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바, 현재 정부가 추진해 논의되고 있는 대표적인 개정법률안은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100분의 30 미만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에 1주마다 복수의 의결권이 있는 차등의결권주식을 창업주에게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주의 차등의결권주식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창업주가 차등의결권주식을 상속 또는 양도하거나 이사의 직을 상실하는 등의 경우에는 차등의결권주식이 보통 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다만, 해당 안에 따르더라도 차등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이 최대 10년의 범위로 정해져 있으며, 의결권의 수는 1주마다 10개 이하의 범위에서 정하게 되어있고, 상장 이후에는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반쪽짜리 제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는 필요성과 그와 동시에 창업자가 경영권을 방어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니즈를 절충하기 위한 효과적인 제도는 과연 무엇일지, 우리나라 차등의결권제도의 도입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법인(유) 충정 김아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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