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모든 게 연결되는 4차산업 시대에 금융이 보호받고 경쟁하는 상황은 끝났다.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고 디지털 노마드 DNA를 주입해 테크기업,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게 전환해야한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전략본부장은 1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 환경이 변하는 시대다. 기존 고액 자산가들은 정보와 네트워크가 풍부했고, 운용사들도 이런 투자자들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테크 기업의 금융 시장 진출, 글로벌 금융사와의 경쟁이 중요해지면서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중요시하고 있다. 기존 관행을 허무는 시도다. 일반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고민이 이어졌다. 다른 사무실로도 출근하며 남는 사무실 공간을 리모델링해 투자자들과 오프라인 접점을 늘렸다.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파인'을 만들어 상품 제작자가 직접 설명하고 투자자들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직판 앱을 출시하면서 판매 수수료와 보수를 없앴다.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 수익으로 이어진다. 주식 시장에서 수익률의 벤치마크 평균 회귀를 생각한다면 낮은 수수료로 다양한 자산에 분배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최영진 본부장은 "시장은 냉정한 각도에서 나의 자산을 어떻게 글로벌 배분할 것인가, 어떻게 현행 투자 상황에서 비용 낮추는 기회를 집중시킬 것인가 하는 투자의 기본을 가져야 한다"며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 전문가 그룹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자산운용이 투자자들과 지속해서 접촉하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가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투자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투자 과정을 돕는 동반자로의 방향성을 보고 있다.

최영진 본부장은 한화투자증권 상하이사무소장, 한화생명 글로벌전략팀 부장, 한화자산운용 중국법인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최영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펀드 직판 앱을 출시했다. 어떤 펀드를 살 수 있나.

▲투자자들이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고 재밌게 투자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준비했다. 우선,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가 있다. 국내만 투자해서는 글로벌 변화를 알아챌 수 없다. 밸류 체인도 연결돼있어 국내와 해외의 자산을 배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둘째로는 연금저축 상품을 세팅했다. 개인에게 필요한 게 연금저축상품이고, 세제 혜택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라인업했다.

-직판 앱을 통해 펀드에 투자하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도 강화되며 투자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앱으로는 이런 부분이 미흡하지 않은가.

▲금소법 이후 모든 투자 단계가 복잡해지고, 투자자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단순히 설명이 많은 것은 '설명했다'는 행위로 지나가고 책임을 전가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파인에서는 투자자 프로세스를 편리하고 간단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사용자 경험(UI/UX)에 담았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다. 한화운용이 직접 펀드 만들고 운용하는데, 만든 사람들이 직접 커뮤니케이션한다. 상품을 왜 만들었고, 어떻게 운용되고, 개별 이슈에 대한 생각 등 매니저와 전문가가 운용에 대한 걸 설명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생각이다. 오프라인 세미나 공간에서는 투자자들 초청해 운용사가 직접 접촉하면서 실질적인 정보 제공 역할을 하겠다.

-직판 앱에서는 업계 최저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 수수료 외에 다른 수수료는 없는 것인가.

▲중간자 비용을 줄였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판매사들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판매 수수료, 판매 보수가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판매 수수료는 전부 없앴다. 펀드 살 때 내는 선취 수수료, 나중에 내는 후취 수수료, 펀드 매각할 때 환매 수수료 등 수수료는 없다. 이 자체가 큰 경쟁력이다. 운용보수나 기타보수는 클래스별로 다양하게 있는데, 이는 변동하지 않는다. 연금저축 등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분들은 수수료 줄어드는 만큼 투자자 수익으로 간다.

-펀드를 장기투자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차이가 향후 얼마나 큰 수익률 차이로 이어지는가.

▲수수료 수익까지 연 복리로 상승하게 된다. 펀드 운용해서 나온 수익률에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 부문이 추가되니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단순히 1년이 아니라 2~30년 투자하는 경우엔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증가하는 만큼 세제 혜택뿐 아니라 복리 효과, 수익 증가분이 높아질 수 있다. 공모펀드 간 벤치마크(BM) 대비 초과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다. 2~30년간 BM 대비 상위 수익률을 유지하는 펀드 많지 않다. BM에 수렴한다면 펀드의 총 보수가 낮을수록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유리하다.

-개인 입장에서는 트레이딩이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보다는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펀드 투자가 유리하다는 말도 있다. 직접 투자가 늘고 있는데, 펀드 투자의 장점은 무엇인가.

▲ETF도 상장된 펀드다. 데일리 트레이딩이 가능하다. 원하는 시점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원하는 시점에 매수할 수 있다는 좋은 장점이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가격이 매일 움직인다. 장기투자해야 하는데 못하는 경우가 자꾸 발생한다. ETF도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시장 여러 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키워놓은, 변동성이 큰 ETF도 있다.

운전할 때는 면허증을 따고 운전을 한다. 그러나 투자할 때는 면허 취득 과정 없이 무면허로 뛰어들어 주식을 산다. 직판 앱을 만들면서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어떻게 운전하는지 보면서 배우고, 익히고 투자자가 공부한 뒤 직접 투자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간접투자는 운전하는 걸 보는 것과 유사하다. 펀드 간접투자를 그래서 권한다.

일반인 입장에서 투자를 모를 때 그런 방식으로 들어오는 게 좋다. 아무것도 모를 때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투자자분들은 생업을 하는 분들이 많다. 주식은 시세가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쏟는 사람이 유리하다. 직접 투자를 하면 일하다 종목을 보고 시세 움직이니까 정보, 매크로 환경 체크하고 할 일이 많아진다. 본인의 일을 소홀히 할 수 있다. 펀드로 자산 증식하는 것도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한화운용에서는 디지털 전략에 관심이 크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가장 중요한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사람이다. 인식의 전환이 돼야 디지털 전환이 된다. 디지털 전환의 목표나 지향점은 크고 멀리 있다. 보통 '생각은 크게, 시작은 작게'라는 말로 디지털 전환을 말하는데, 작은 것들을 하나씩 시작했다.

작년에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원격근무를 하게 됐다. 재택근무하는 사람에게 원격 근무하도록 IT 인프라, 디지털 디바이스 제공할까 고민하다 보니 사무 공간을 고민하게 됐고, 사무실 유휴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임직원이 일하는 시간과 공간과 방법을 주도적으로 정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삶과 일의 밸런스를 고민했다. 기존 층 2곳을 드림워크 공간으로 바꿨다. 임원들이 본인의 공간을 반납했다. 임원도 직원처럼 테이블에 앉아서 오픈 데스크로 일한다.

자산운용업계가 기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식으로 일하던 농경민족 DNA로 일했다면,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을 사람에 중심을 두고 공간을 변화하고 시스템을 바꾸고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하도록 하며 앱도 만들었다.

디지털 자산팀도 업계 처음으로 만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화폐의 공급에 대한 반감으로 코인이 나오고 블록체인 기술이 시장 나오면서 세상 변화시키고 있다. 다양한 기관들이 가상자산을 리서치하고, 이를 허용하고 거래하는 곳도 있다. 선진시장에서 변화가 있는데, 아직 우리가 변화 없다고 해서 이 시장을 분석하지 않으면 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운용사에게 맞지 않는 일이다. 디지털 자산운용팀은 이런 부분을 리서치하고 있다. 가상 자산에 기관 참여가 봉쇄되다 보니 개인이 스스로 공부해 모든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기관이 투자를 권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스터디해서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할 수 있게 하도록 보고서를 내고 있다.

-운용사 분위기가 전보다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고액 자산가는 정보도 많고 네트워크도 풍부했다. 운용사에선 기존 이런 분들에게 서비스가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지 못하면 사회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사회가 너무 양극화되면 지속할 수 없다. 한화운용은 ESG 위원회 만들고 별도 조직에서 관련 리서치 활동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도록 돕는 일이 운용하는 기관의 ESG 활동이다. 해외에서는 레이 달리오, 캐시 우드 이런 분들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직접 시장 나와서 인터뷰하고 자신의 뷰를 얘기한다. 우리도 그렇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운용업계, 한화자산운용의 고민은 무엇이 있나. 또, 자산운용 업계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는가.

▲자산운용업계가 어려움이 많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판매 채널들에 고위험군 펀드 내보내는 것이 까다롭게 됐다. 운용사들이 펀드 만들어서 판매 채널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 또 실제로 투자자들도 직접투자를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펀드와 같은 환매와 매수에 시차가 있는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 것도 있다. 펀드보다는 ETF, 그중에서도 핫한 액티브 ETF 등 변동성이 큰 투자상품에 쏠림 현상이 있다.

이런 현상은 아주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작년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에서 유동성의 힘으로 모든 자산이 상승하는 장이 1년 이상 지속했다. 펀드보다 개별 종목 투자하는 직접 투자에서 잭팟 수익률이 나올 수 있던 시장 환경이다. 앞으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실적장세로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어려워하고 있다.

자산 배분 등 리스크 관리를 생각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실제로 작년 가치투자자들이 은퇴했는데, 올해 상반기 가치투자 수익률이 회복했다. 시장은 유행을 좇으면 안 된다. 시장은 냉정한 각도에서 평생 투자한다는 마인드로 자산을 어떻게 글로벌 배분할 것인가, 어떻게 현행 투자 상황에서 비용 낮추는 기회를 집중시킬 것인가 하는 투자의 기본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 전문가 그룹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운용이 대형사 중 처음으로 직판 앱 냈는데, 상당수 대형 운용사들이 투자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고 상품 전달하는 직판 앱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 그들도 돌파구 찾고, 투자자들로부터 지속해서 선택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증권사와 운용사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금융환경에서 금융 회사 간 경쟁은 끝났다. 테크핀 회사가 금융에 들어오고 있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모든 게 연결되는 4차산업 시대에 금융이 규제당국의 라이선스 보호를 통해 보호받고 경쟁하는 상황은 끝났다. 경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고 디지털 노마드 DNA를 주입해 테크기업,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빠르고 역동적인 기업 문화로 전환해야 하겠다.

-향후 한화운용의 중장기적 전략이 있다면.

▲파이낸셜 어드바이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삶의 여정에서 돈 문제는 뗄 수 없다. 그분들이 사는데 전체적인 웰니스를 제공한다. 한화생명보험 라인은 라이프 어드바이저라고 한다면, 증권이나 자산운용 등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역할이다. 한화금융 네트워크가 투자자들의 삶과 경제적 자유를 밸런스 있게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하고 있다.

-투자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투자는 정말 외롭고 힘든 과정이다. 기쁜 날만 있는 게 아니라 괴롭고 슬픈 날이 많다. 짧게 보지 말고 평생 투자한다는 관점을 갖길 바란다. 그렇다면 지금의 힘든 순간도 지나간다. 길게 보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안정적으로 조금씩 자산을 증식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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