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테이퍼링 방법론 중의 하나로 모기지 담보증권(MBS)을 먼저 줄이자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의 가열을 고려할 때 더는 MBS 매입이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준은 2020년 3월 5일 이후 MBS 9천820억 달러를 매입했으며, 현재도 매달 최소 400억 달러어치를 매입하고 있다.

이는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연준은 장기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MBS 매입과 별도로 매달 국채 800억 달러를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됨에 따라 연준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논의에 공식적으로 들어갔으며 이 중 한 가지 방법으로 MBS 매입을 국채 매입보다 더 일찍, 혹은 더 빨리 줄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종의 2단계 축소론(two-speed taper)인 셈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MBS 매입과 관련해 이것이 주택 가격 급등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카플란 총재는 이전에도 MBS 매입이 필요한지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이러한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지난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일부 사람들에 따르면 주택시장이 활황이고 심지어 주택 버블의 위협이 있다는 상황에서 MBS 매입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으로 약간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지난 5월 5일 연준 당국자들이 2가지 속도의 테이퍼링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모기지 시장에 당장 동일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국채뿐만 아니라 MBS 매입이 함께 장기 금리를 전체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주택시장의 과열은 강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는 등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지난 화요일 기자들에게 "MBS 매입은 직접적으로 모기지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판단으로는 MBS 매입은 모기지 금리에 최소한의 영향만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30년 만기 고정 평균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기준 3.02%로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기록한 3.5%에서 낮아진 상태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이달 초 국채와 모기지 증권 매입의 효과는 "대략 같다"라며 "그러한 면에서 현 구성이 효과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지난달 모기지 증권 매입은 "비용 대비 가치를 생각하면 회사채 금리나 다른 유사 증권처럼 다른 금융환경에 꽤 강력한 파급력을 가져다준다"라고 언급했으며, 지난주에도 연준의 자산 매입이 "특별히 주택시장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MBS 매입을 먼저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MBS 매입이 이미 역사적 기준으로 봐도 매우 낮은 모기지 금리를 더 낮춰 투자자들을 주택 매입 입찰에 뛰어들게 만들고 이는 주택 가격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미국의 주택 가격 중간값은 전년 대비 24% 오른 바 있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달 초 CNN에 출연해 주택 가격이 현재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연준이 모기지 금리를 계속 인위적으로 낮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공개적으로 이러한 논의에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

2013년 연준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축소할 당시 파월 의장은 연준 의장은 아니었지만, 연준 이사로써 MBS 매입 속도를 줄이기 전에 국채 매입을 먼저 줄이자는 방안을 선호하는 쪽이었다.

당시에도 MBS 매입은 2007~2009년 침체 이후 고전하는 주택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고안됐고, 주택 시장의 회복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파월을 포함한 연준 당국자들은 결국 국채와 MBS 매입을 같은 속도로 줄이기 시작했다. 한 가지 이유로는 좀 더 복잡한 2단계 테이퍼링을 개시하는 것을 두고 시장과 명확히 소통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베르토 페를리 글로벌 정책 담당 헤드는 연준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목적은 특정 섹터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만약 MBS 매입을 먼저 줄일 경우 이러한 논리를 훼손시킬 수 있으며, 또한 일부 당국자들이 꺼리는 것처럼 연준이 주택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금융시스템 안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팀 듀이 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MBS 매입을 축소함으로써 주택시장을 냉각시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시장에 분명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요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장기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당장 연준은 그럴 준비가 안 됐다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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