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대규모 정부지출, 공급 충격, 임금 인상 등 지난 1970년대 미국의 악성 인플레이션과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빌어 유사점과 차이점을 정리했다.

노동조합 조직률의 하락, 세계화의 증가, 인구통계의 변동 등은 1970년대와 달리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근거로 제시됐다.

인플레이션 논쟁 속에서 확실한 것은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경제는 대규모의 이례적인 충격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흔들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팬데믹에서 경제활동이 재개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에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분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1969년이나 1978년의 재현도 아니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인디애나 대학의 레베카 L 스팽 역사학자는 "역사는 그 자체로 되풀이하지 않는다"며 "특정 순간의 복잡성을 인식하는 것은 반역사적 모델을 지닌 경제학이 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

1960년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두 가지 목표를 추구했다. 당시로 돌아가면 연준은 고용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1946년의 고용법은 정부가 강력한 고용시장을 만드는 데 헌신할 것을 요구했다. 수년간 가격 상승은 미약했기 때문에 악성 인플레이션은 먼 일로 보였다. 많은 경제학자도 약간의 인플레이션으로 높은 고용수준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은 1960년대 중반 가격 압력 증가를 걱정했지만 다른 연준 관료들이 실업률을 4% 아래로 끌어내리고 싶어했기 때문에 천천히 움직였다. 1970년대 마틴의 후계자인 아서 번스 의장은 닉슨 행정부로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라는 정치적 압력에 노출됐다.

결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진지하게 대응하려 했을 때는 너무 늦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당시와 지금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해 노동시장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면서 완전고용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년간의 미약한 가격 상승 움직임으로 연준은 높은 가격을 용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960년대와 다른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분명한 골격이 있다는 사실이다. 연준은 완전 고용에 대해 특정 숫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연준의 목표는 빠른 임금 성장과 같은 신호로 보인다. 높은 가격을 몇 년에 걸쳐 용인하겠다는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이자 UBS 플러스 은행에서 근무하는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상대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아주 관심이 많다"며 백악관도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고 연준 자신도 종종 독립성의 소중함을 언급한다고 말했다.



◇재정정책

대 인플레이션 시대와 현재 상황은 재정적자를 통한 대규모 정부지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를 돌아보면 베트남 전쟁이 원인이었다. 1960년대 중반 린든 존슨 대통령은 미군의 수준을 올리고 싶어했지만 반전 여론으로 존슨 대통령은 증세나 예산절감을 통한 군비 충당을 꺼렸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이미 강한 상태에서 막대한 재정부양책이 터져 나왔다. 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공식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많은 회사가 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또한 이런 사실은 표준 지표가 가리키는 것보다 미국이 완전고용에 가깝게 다가섰다는 것을 시사했다.

전 연준 부의장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경제학자는 "현재로서는 완전고용을 넘어서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곧 그럴 것으로 예측한다. 수요 급증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시기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1960년대는 역사적인 저실업률을 보였지만 지금은 여전히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고용지표에 따르면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빠른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만큼 회복세는 취약하다. 이에 더해 재정부양책은 연방정부의 추가실업급여와 같은 팬데믹 시기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둔화할 예정이다.



◇공급충격

대 인플레이션 시기는 196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4년 후반 인플레이션은 12%를 나타내다 완화한 뒤 1980년 초에는 14%로 뛰어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인플레이션의 충격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1970년대 100달러는 1985년의 280달러와 맞먹었다. 지난 2005년의 100달러가 2020년에는 135달러 정도의 구매력을 지녔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1970년대 물가 상승의 원인은 1973년과 1974년 아랍의 수출 제한, 1979년 이란 혁명에 따른 두 차례 오일쇼크였다. 이 외에도 목재와 농산물 등 원자재 부족도 한몫했다.

지금도 산유국 사이의 합의도출 실패 이후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50년 전만큼 긴박하지는 않다.

지금의 공급 충격은 원유보다는 반도체에 집중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닉슨, 포드, 카터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건설, 운송, 반도체, 농산물 등의 공급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카터 행정부에서 임금과 가격 안정 위원회를 이끌었던 배리 P 보스워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우리가 1970년대에 했던 것과 같아 나에게는 기시감을 줬다"고 말했다. 당시의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노력은 실패했다.

보스워스 선임연구원은 "효과가 없다"며 "거시정책에서는 제방이 터져 나오는 곳마다 손가락을 넣어 막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금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가격 폭등은 기저 여건이 완화하면서 역전됐지만, 인플레이션율은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안착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런 양상을 인간의 심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와 기업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나면 이에 맞춰 행동에 적응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들은 특히 임금의 역할에 주목한다. 기업은 가격 인상과 마찬가지로 인하도 쉽게 결정할 수 있지만 임금 삭감은 훨씬 어렵다. 노동자들이 물가가 매년 5% 오른다고 예상하면 임금도 인플레이션에 맞춰 올리기를 원한다.

많은 경제학자가 현재의 인플레이션 동력이 수개월 내 완화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관건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움직이기 전이냐 하는 것이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이미 빠른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시작했다. 임금 역시 고용주들이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속 오르고 있다.

20세기 중반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던 원인 중에는 인플레이션과 임금인상을 직접 연계시켰던 노동조합 단체협약이 있었다. UC버클리대학의 데이비드 카드 경제학자는 이런 조항들은 임금과 가격 인상의 악순환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수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고 이런 조항을 반영한 단체협약이 많지 않다. 수년간 인플레이션이 낮아서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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