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미국 국채시장이 월가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올해 여름 내내 진행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당초 월가의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세로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짐에 따라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다수 전문가의 연말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치는 2%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32%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1.29%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1.7%대를 기록했을 때와 비교해 금리는 0.45%포인트 하락했다. 하락률은 25%에 달한다.

통상 장기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경기가 부진해질 것이라는 신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최근의 금리 하락은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라기보다는 모멘텀과 쇼트 커버링 등 기술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웰스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금리 전략가는 "이 같은 흐름은 당혹스럽다"라며 "성장세가 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일부가 예상했던 것만큼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부 대형 투자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하락세의 전환점은 연준의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였다.

연준은 당시 회의에서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2023년으로 당겼다. 또한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논의를 공식 시작했음을 알렸다. 이러한 매파적 변화는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나왔다.

연준이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대응에 빠르게 정책을 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지만, 금리는 예상과 달리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이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건 스위버 금리 전략가는 "시장이 계속 듣고 있는 것은 연준이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대해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은 연준이 성장과 물가에 있어 완전한 회복 이전에 선제적으로 행동할 경우 최종 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다"라고 말했다.

즉 전략가들은 시장이 경기 회복의 강도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대응을 재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일단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최종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은 아직 요원한 일이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면 연준이 예상보다 더 일찍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고, 이는 금리 인상 시점을 당긴다. 문제는 너무 빨리 긴축이 시작되면 경기 회복세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 이후 빠른 경기 회복세는 연준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선 의회 증언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세는 일시적이라고 강조했으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될 경우 연준의 대응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넷웨스트 마켓츠의 존 브릭스 전략가는 성장에 대한 우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몇 주간 시장이 주목하는 이슈였다며 여기에 중국의 성장률 둔화,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금리가 1.20%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브릭스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해 긴축에 나선다면 (긴축을) 단지 몇 차례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유발하진 않겠지만, 그러할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상황은 기술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으며 금리가 어느정도 바닥을 쳤다는 이유에서다.

BOA의 스위버는 연말에 금리가 더 올라 1.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리 하락세가 이번 여름까지는 멈출 촉매제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라며 "연준이 테이퍼링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테이퍼링을 지나, 금리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에 집중한다면 (금리 반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금리가 계속 하락한다면 쇼트 커버링 증가 등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며 이때는 "그 앞에 뛰어들어 이를 멈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년물 금리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나 2년물 금리는 연준의 6월 회의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이는 둘 간의 금리차를 축소해 금리 평탄화 현상을 강화한다. 금리 평탄화는 통상 더 느린 성장이나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론 매크로 전략 헤드는 "이러한 금리 움직임이 경제에 대해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금리가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했다.

슈마허도 연말에는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다만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이 좀 더 분명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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