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5년물 금리차 작년 8월 이후 최저"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채권시장에서 경기 급감속 가능성을 나타내는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만기가 긴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30년물 국채 금리와 5년물 국채 금리 차이가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축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백신 보급에 따른 낙관적인 분위기가 시들고 있는 가운데, 고평가된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고려하고 있는 금융정책 정상화에 의문을 나타내는 움직임도 나온다.

19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급락해 1.2%를 하향 돌파했다. 5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1일까지만 해도 1.6%대였던 미국 10년물 금리는 이후 40bp 넘게 추락했다.

신문은 최근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이 두 단계에 걸쳐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로는 연준이 물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견해를 강조, 조기 완화 축소 관측이 후퇴하면서 금리가 하락했다.

두 번째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가 고점을 쳤을 가능성(피크아웃)에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면서 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실제 채권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어서다.

장기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30년물 국채 금리는 1.8%대로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기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움직임을 반영하는 5년물 국채 금리는 0.7%대 초반에 머물러 두 금리의 차이는 1.1%포인트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수익률곡선을 통해 시장의 경기 전망을 분석한다. 수익률곡선은 일반적으로 우상향 형태를 보이는데, 그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평탄화'는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년물 국채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 관측에 레벨을 유지하고 있지만 30년물 금리는 미국 경제 성장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떨어지고 있다.

미즈호증권은 "펜트업(pent-up, 억눌린·지연된) 수요 진정과 재난지원금 효과 소멸 등으로 경기가 고점을 넘어섰다고 시장이 경계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그동안 세계 경제의 급격한 회복을 반영해 왔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 시나리오는 주가 상승의 전제를 뒤엎을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6~7월은 하반기 계획을 결정하는 시기"라며 "연준의 금융완화 축소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식에서 채권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의 투자자가 지금까지 상승세를 타온 주식의 일부를 팔고 상대적으로 보유 비중이 줄어든 채권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주가 하락·채권가격 상승(채권금리 하락)을 증폭시킨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금리 하락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CME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시장에서는 2022년 말까지 25bp의 금리 인상이 두 차례 실시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1회로 후퇴했다.

연준은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27~28일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의 경기 전망과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금리 하락에 대한 견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세계 금융완화 추세 자체가 시장 혼란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금융정책 방향 차이가 국가간 자금 흐름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금융완화 축소로 향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백신 보급 정도에 따라 각국의 경제 회복 국면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자금 흐름이 변하기 쉽다며, 예상치 못한 시장 동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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