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8월 초 깜짝 순매수로 전환했던 외국인이 다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두 축이던 반도체와 2차 전지 가운데 반도체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났는데, 신흥국 증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D램 업황 우려까지 더해졌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 매도 공세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일 코스피에서 1조6천214억원을 순매도했다. 3개월 만에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가장 컸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내는 등 현, 선물 동반 매도에 나섰다. 국내 대형주 전반에 대해 외국인은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써 이번달 들어 순매수를 기록하던 외국인은 전일로 코스피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달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는 점에서 이달 초 순매수가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전일 의미 있는 매도가 나온 만큼 좋은 시절은 잠깐이었다는 주장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삼성SDI 등 2차 전지주를 매수해왔다. 매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2차전지에는 변함없는 러브콜을 보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2차 전지 순매수는 굳건하다.

이번에도 국내 투자자들이 주시했던 반도체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있었다. 전일 외국인 매도분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장중 대량 매매도 동반했다.

반도체를 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달라졌는지 여부는 반도체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국내 증시에 매우 중요하다. 이번 매도 전환으로 시각 변화보다는 일시적인 저가 패시브 자금 유입이었다는 쪽이 유력해졌다.

실제 신흥국 패시브 자금 유출세는 지난 7월 극심했다. 규제 등 중국 증시 불안에 따라 신흥국 증시 전반에 글로벌 자금 매도가 강했고,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다만, 단기간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패시브 자금 쪽에서 저가 매수 움직임이 일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대만과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

그러나 D램 현물 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을 하회하는 등 반도체 업황 우려가 커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의 집중 타깃이 됐다. 이번주 들어서만 삼성전자는 4%, SK하이닉스는 9% 내려 다시 8만원, 12만원대를 하회했다. 주가 급락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다. 올해 초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집중 매수 이후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는 예상했던 것으로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는 주장도 여전하지만, 삼성전자의 2분기 호실적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못한 것은 외국인의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맞서고 있다.

흥국증권의 변준호 연구원은 "최근 IT 주가 급락의 시사점은 결국 피크아웃"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고 현재 업황과 국내 수출도 순항하는데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4분기나 내년을 걱정해 좋을 때 먼저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 환경 자체가 그와 같다"며 "투자자들은 IT 업종뿐 아니라 업황과 실적이 피크아웃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업종과 종목들에 경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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