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구재상과 박현주
<최기억 칼럼> 구재상과 박현주
  • 승인 2012.11.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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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미래에셋 구재상 부회장이 박현주 회장과 결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펀드업계의 전설인 워런 버핏(Warren Edward Buffett), 그가 없는 찰스 멍거(Charles Munger. 88세,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실질적 운용자)가 가능했을까. 또는 찰스 멍거의 조력 없이 워런 버핏이 가능했을까.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구재상 없이 박현주가 가능했을까. 또는 박현주 없이 오늘날의 구재상이 가능했을까.

주산 6단과 태권도 4단인 구재상 전 부회장은 남다른 숫자 감각과 체력을 겸비한 인물이다.

40년 전 광주(光州) 방림 초등학교 시절 주산을 시작한 지 1년3개월 만에 1단을 따고 단번에 공인 6단으로 월반한 '숫자 신동'이었다. 당시 주산 월반은 오늘날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286급에서 586급으로 단번에 점프한 것이다. 그가 후일 증권맨으로 활약하며 웬만한 큰 숫자도 엑셀 프로그램 돌리지 않고 횡ㆍ종축을 훑어보고 단 한 번에 계산할 수 있었던 건 초등학교 주산실력 덕분이다. 수리 능력은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초 뼈대다. 뿐만 아니라 중학 2학년 때는 태권도를 시작해 대학 4학년 때 국기원 공인 4단을 땄다. 태권도는 부드러움과 강함이 어우러지는 도(道)이며 이때 길러진 인내심과 지구력은 그가 증권·펀드업계에서 보여준 탁월한 운용능력으로 연결됐다.

90년대 중반 그는 32살에 최연소 동원증권 압구정동 지점장을 지내고 박현주 회장과 함께 도원결의, 미래에셋 호(號)의 닻을 올렸다. 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시장 분석하고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하며 미래의 꿈을 꿨다.

그는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다. 후배들은 그의 이런 업무 자세를 군화를 벗지 않고 7년 전쟁을 치른 이순신 장군에 비유한다. 손님 재산을 관리하고 불리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 술기운이 남아 정신이 한치라도 흐트러지면 좋은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신념 때문이다.

대기업 오너들은 구 전 부회장의 겸손을 높게 평가한다. 그가 한때 최대 35조 원을 굴릴 때 5% 이상 지분을 가진 수많은 기업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지만, 그는 눈 깜짝 않고 엄정중립을 지켰다. 지분을 소유한 입장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나설법했지만 오로지 운용에만 전념했다. 이런 그의 겸손과 중립성 덕분에 지금도 마음으로 교류하는 대기업 오너들이 많다.

그는 최근 지인들에게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 내려갈 때는 보았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12월까지는 푹 쉬고, 다시 나타날 때에는 주위 사람들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사명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강만수 산은 지주 회장이 미래에셋의 회사 이름에서 'Asset'은 한글 표기로 '에셋'이 아니라 '애셋'이 맞으며, 맞춤법도 틀렸다고 비판한 적이 있지만, 이 회사의 사명은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박현주-최현만-구재상, 촌놈 3인이 다가올 미래에 세명(셋)의 주인공이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우스개다.

이들 3인 중 한 명이 독립해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서 펀드의 장(障)을 이야기할 때 이들의 이름은 어떻게 기억될까.

(취재본부장)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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