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가상자산사업자 등록 가능할까요"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로의 등록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지난 3월 개정된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하의 신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 셈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다수의 증권사가 코인 시장에 직접적으로 진출할 방법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코인 시장을 향한 노크는 은행과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 자회사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코인 시장, 더 나아가 향후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을 타진하는 사례가 많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싱크탱크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달 내놓은 '대중화, 제도화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제하의 보고서가 업계에 회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시장동향을 분석했다고 읽히기보단 그룹 차원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읽혀서다.

해당 보고서에는 블록체인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담겼다.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대체불가토큰(NFT), 증권형토큰(STO) 등으로의 시장 확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연달아 발의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입법 논의가 진행된다면 시장의 제도화도 급물살을 탈 것을 내다봤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노크하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관점도 다르지 않다.

그간 국내 금융회사들은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담갔다. 출발은 은행이 빨랐다.

신한은행(코빗)과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은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실명계좌를 제공했고, KB국민은행은 해치랩스·해시드와 함께 가상자산 수탁회사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했다. 신한은행도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한 시중 은행장은 "골드만삭스나 노무라도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에 진출했다. 특히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한 수탁 서비스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직접 영위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미온적인 금융당국의 입장을 고려하면 기존 은행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특금법 개정안으로 은행이 져야 할 책임과 부담도 커졌다.

반면 ETF나 STO, NFT를 내세운 가상자산 시장의 추세를 고려하면 증권사의 움직임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올해 캐나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자 국내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눈은 커졌다. 미국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기반의 개방형 뮤추얼펀드 '비트코인 레 프로펀드'도 마찬가지다. 아직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문을 넘진 못했지만, 비트코인 ETF가 미국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는다면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이동은 불 보듯 뻔하다.

NFT가 희귀한 게임 아이템이나 저작권, 디지털 아트, 스포츠IP 등 무형 자산의 소유권을 대상으로 한다면 STO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다룬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중개 범위가 실물자산으로 확대되는 것은 증권사에 위협이자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애플과 테슬라 등 상장 주식은 물론 로빈후드와 같은 비상장 주식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다뤄진다. 이들 주식은 온주(1주) 미만의 소수 단위 거래는 물론 레버리지, 공매도 포지션으로까지 활용된다.

아직 국내에선 STO는 물론 모든 가상자산 공개(ICO)가 금지돼있다.

하지만 시장과 시대의 흐름에 선제로 대비하고자 금융위원회는 전통적인 금융 영역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STO에 대한 자본시장법 적용 기준을 위한 논의를 현재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 있으니 선제로 보고 있는 수준"이라며 "STO의 경우 실물자산이 대상이기에 규제가 필수적이다. 다만 규제 자체가 제도권 금융으로의 편입을 의미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NFT나 STO가 제도화된다면 증권사로선 브로커리지 영업에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물론 예술품, 저작권 등에 대한 유동화가 쉬워져서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증권사가 눈독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수수료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움직임을 살펴보더라도 예상보다 이들의 사업 영역은 다양하다.

나스닥에 상장한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중개를 넘어 송금과 결제, 가상자산 수탁, 시장 분석, 가상자산에서 발생하는 보상을 대리로 받아주는 스테이킹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 덕에 지난해부터는 분기 흑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 선제로 진출함으로써 대규모 고객 기반을 확보한 덕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는 거래소를 넘어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 전반에 인프라를 공급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라며 "2016년 이래 시장 선점을 통한 퍼스트 무버로서의 이점이 구축돼있다"고 평가했다.

미래의 경쟁자가 될 코인베이스를 보는 국내 증권사의 행보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대표는 "코인베이스가 상장하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미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 등록은 물론 가상자산 수탁법인 신설, 고유자산으로서의 투자(보유) 여부 등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물밑 논쟁이 치열하다"며 "플랫폼화될수록 업권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누가 더 잘하느냐만 남는다. 미래의 고객, 자산 시장의 가치 관점에서 가상자산은 선제로 투자해야 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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