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고용 촉진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방향 틀어야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두 번째 임기는 첫 번째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 22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지난 4년간 현대 역사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의장이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앞으로 4년에도 이 같은 평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보다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십여 년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6.2%로 31년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 때문에 저널은 파월 의장이 앞으로의 4년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공화당원 파월, '여우'라 자청…매파서 비둘기파 변신

대형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 출신인 파월 의장은 조지 H.W. 부시 행정부 때 재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파월 의장은 프린스턴 대학과 조지타운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경제학 학위가 없다.

그는 2011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지명됐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당파적 균형을 위해 온건한 공화당원인 파월 의장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은 과거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하는 연준의 정책에 불편함을 내비치는 등 매파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저널은 파월 의장이 스스로 대화에서 자신을 고슴도치가 아닌 여우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열린 자세를 가진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여우는 철학자 이사야 벌린의 저서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나오는 표현으로 여우는 많은 것을 두루 아는 인물로 분류되는 이들을 말하며, 고슴도치는 단 한 가지 중요한 것만을 아는 인물을 말한다.

파월 의장은 2018년 연준 의장에 지명되던 해에 매파적 성향은 지워버렸다. 그해 연설에서 파월은 자연실업률이나 중립 금리 등이 밤바다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별'과 같지만,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중앙은행의 경제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린스펀이 연준을 이끌었던 1990년대를 참고할 사례로 들며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을 하회할 정도로 호조였으나 물가는 결국 하락했다며 섣부른 긴축을 경계한 그린스펀의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연준과 파월은 물가가 연준의 2% 목표치를 넘어 가파르게 오른다는 징후는 없다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주장하던 때다.

이후 연준은 2019년 7월 말부터 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당시 금리 인하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 이뤄진 보험성 인하였다. 그해 12월부터 연준은 팬데믹 직전인 작년 3월까지 금리를 동결했으며 팬데믹 직후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렸다. 이후 대규모 채권 매입을 통해 경기 침체를 방어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여름 '평균 물가안정 목표제'를 도입했다.

이는 물가가 목표보다 낮은 시기를 지난 후에는 완만한 수준에서 얼마 동안은 2% 목표치 이상의 '오버슈팅'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당시 이 같은 정책은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돌고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으로 돌아갈 때까지 금리를 제로 수준에 가깝게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앞서 이에 대해 파월이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데 매우 주안점을 둔 새로운 틀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 팬데믹 이후 다른 환경…인플레 억제 위해 변신해야

지금은 팬데믹 이후 경제 재개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연준의 저금리 정책과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실업률은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나 4.6%까지 떨어졌고,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상승률은 연율 6%에 달한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금과 같은 임금상승률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연준은 이전의 회복세에서 연준이 실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고용 성장을 억제했다며 선제적 긴축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 참모를 지낸 하버드대학교 제이슨 퍼먼 교수는 최근 "과거에 연준은 너무 빨리 너무 많이 금리를 올렸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 당국자들은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면 인플레이션이 2%~2.5%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 반영된 인플레이션은 2023년까지 최소 3%를 기록한 후 그 후년에야 2%~2.5%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도 3%나 혹은 그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기를 식히기 위해 파월 의장은 정책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팬데믹 이후 풀렸던 유동성을 되돌린다는 점에서 경제와 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연준과 파월 의장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에도 상당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SC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팀 듀이 이코노미스트는 저널에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너무 높아지게 내버려 둔 후 이를 빠르게 되돌려야 하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도전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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