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치솟았던 가계 저축률이 다시 줄어들면서 노동시장 참여율이 늘어날 태세를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려온 미국 기업들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노동 참여율 하락에 따른 미 사회 전반의 일손 부족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물류업 등의 조업률을 낮춰 공급망 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노동참여율은 61.8%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팬데믹 발생 직전인 지난해 1월(63.4%)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노동 참여율이 이렇게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은 미국 연방정부가 코로나19 기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의 지원책을 펼친 데 힘입었다.
미 의회는 작년 초부터 미국인 1인당 1천200달러, 600달러, 1천400달러씩 세 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실업급여는 주당 600달러까지 확대됐고, 아동 세액공제 혜택은 자녀 1인당 1천600달러까지 인상됐다. 여기에 미 행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해줬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지난해 2월 8.3%에서 같은 해 4월 33.8%로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가계 저축률은 올여름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최고치 행렬을 이어나갔다. 무디스 산하 경제분석 업체인 무디스 애널리틱스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미 가계의 총 저축액은 2조7천억달러로, 사상 최고치 수준이다.
코로나19 기간 주택 가격과 주가도 급등하면서 미 가계의 자산 규모도 늘었다. 미 가계 총자산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22% 급증해 총 163조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연준 데이터에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지난 10월 개인 저축률이 7.3%로 떨어지는 등 가계의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데이터가 속속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소득분배 하위 절반 가구의 계좌 예금 잔액이 최근 몇 달간 빠르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저널은 "미국의 위대한 저축 열풍이 끝나가고 있다"며 "엄청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완화될지 여부는 올겨울 노동 시장이 직면한 수수께끼 중 하나"라고 전했다.
컨설팅 업체 RSM US LLP의 조 브루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축률이 낮아짐에 따라 많은 이들이 생계를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소득원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올겨울 노동력 부족 현상이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으로 접어들면서 작은 완충 장치들로 인해 근로자들이 일터로 돌아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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