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자산운용업계 '강성' 기관투자자로 손꼽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뿔났다. BYC[001460]를 대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하자 시장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8년 전 만도 사례처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일격으로 BYC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 첫 '경영참여' 선언한 트러스톤…첫날부터 시장 환호

2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전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지분을 기존 7.82%(4만8천817주)에서 8.13%(5만780주)로 늘리고 투자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현재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분 대량보유공시를 한 종목은 테고사이언스, 블루콤, SKC, 태광산업 등 130여 개다. 하지만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 사례는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BYC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ESG 레벨업 1호 펀드를 설정한 올해 1월부터다. 이 펀드는 ESG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장사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쉽게 말해 운용사의 솔루션이 필요한 '나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월 처음으로 BYC 지분 5.79%(3만6천186주)를 공시했다. 이후 석 달 만에 6.80%(4만2천449주)까지 지분을 늘리며 경영참여를 예고했다. 현재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2대 주주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조만간 BYC를 대상으로 주주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내부거래의 공정성과 적법성 검증,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 등을 통한 유동성 확대,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 장기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포함한 IR 계획 수립, 본사 부지 개발 계획 등 무수익 부동산 자산 활용방안 마련 등이 골자다.

트러스톤의 예고된 일격에 시장은 환호했다.

BYC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12만5천 원(29.90%) 오른 54만3천 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우선주도 4만4천 원(26.59%) 급등한 20만9천500원까지 치솟았다. 2016년 3월 역대 최고가인 61만7천 원을 기록한 이래 5년9개 월 만에 새로 쓴 최고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BYC는 대형주임에도 커버리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주주의 지분 변경이 주된 재료이다 보니 패션·의류 업종보단 자산주로 해석됐다. 오늘 상한가는 기업의 특수성에 그간 눌려있던 시장의 평가가 펀드의 경영참여 소식에 터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 8년 전 만도 사태 데자뷔…BYC, 시장 신뢰 회복할까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시장에서 '강성'으로 분류된 계기는 2013년 3월 만도의 계열사 편법 지원을 반대하면서다.

당시 만도는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물의를 일으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과정에서 한라건설 지원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냈다. 소수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개별 기업의 이슈에 목소리를 낸 첫 케이스였다.

만도의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까지 힘을 합쳤지만, 유상증자를 막진 못했다. 하지만 만도는 주요 주주들의 뜻에 따라 계열사 편법지원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이를 감시할 새로운 사외이사를 받아들였다.

이후 한라건설 유상증자를 계기로 반 토막 났던 만도의 주가는 급등했다. '뒤통수'를 맞았다며 만도를 매도했던 기관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왔다. 이듬해 만도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계열사에 대한 증자·인수를 이사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변경하는 등의 정관 개정까지 마무리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다.

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굴지의 속옷업체 BYC는 그간 지속해서 오너일가의 폐쇄적인 경영 탓에 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전일 BYC가 공시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에 따르면 신한에디피스를 비롯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16명의 지분은 62.82%다.

BYC는 지난 3월 최대주주를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했다. 업계는 이를 3세 경영승계로 해석했다.

신한에디피스는 한석범 BYC 사장의 장남 한승우 BYC 상무가 지분 58.34%(4월 말 제출한 감사보고서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전체 매출 66억 원 중 특수관계자와의 매출이 23억 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35%에 육박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런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가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로 해석했다. 실적에 미친 악영향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증여세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실제로 BYC 최대주주 관계인에는 신한에디피스를 비롯해 한승홀딩스(10.5%), 신한학원(5.0%), 제원기업(0.3%), 일관(3.0), 인화상품(2.4%) 등 다수의 계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개인으로는 한 사장의 부인 장은숙 씨를 비롯한 한씨 일가가 포함돼있다.

40년 가까이 재평가되지 않은 부동산 자산도 문제다. BYC의 지난해 말 기준 연결 자산총액은 6천791억 원으로 이중 투자부동산이 4천942억 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해당 부동산은 1983년 이후 재평가되지 않았다. 시장에선 해당 자산 가치가 1조 원에서 최대 1조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BYC를 패션·의류업체가 아닌 자산주로 보고 사들인 투자자들의 배경이 여기에 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7월 배당 증액과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며 행동에 나섰다.

여기에 이달 초 BYC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대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받은 시정명령은 주주들의 행동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회책임경영을 중시하는 ESG 트렌드에 맞서 경영진의 도덕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져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 규모 5조 원 이하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부당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은 내부에서도 꾸준히 지적하는 문제"라며 "대기업의 경우 공시 등을 통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감시할 잣대가 있지만, 하위 재벌은 현실적인 이유로 일부 사각지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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