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빈 기자 = 지난해 동안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중 양자컴퓨터 개발 업체인 아이온큐(NAS:IONQ) 보유량을 가장 가파르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은 만큼, 아이온큐가 당장 투자를 계속해도 될 만한 기업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연합인포맥스 취재진이 한국예탁결제원 API(오픈플랫폼)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지난해 미국 주요 종목 가운데 서학개미의 보유 주식 수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종목은 아이온큐였다.

아이온큐는 지난해 10월 상장한 뒤로 연말까지 2달여만에 서학개미들의 보유주식 수가 1천776만 주(보유시총 3천733억원)로 급팽창했다.

보유주식 수 증가세만 보면 지난해 서학개미 구매 속도가 가장 가팔랐던 주식이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기술인 만큼, 아이온큐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스러워하는 시각도 있다.

아이온큐는 2015년 미국 매릴랜드 대학과 듀크 대학 연구실이 참여해 설립한 양자컴퓨터 개발 스타트업이다. 아직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한 상태고, 지난해 실적을 보면 전년보다 순손실만 더 커졌다. 지난해 11월 중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아이온큐의 순손실은 1천480만 달러로 전년 동기 360만 달러보다 급등했다.

다만 3분기까지의 예약주문 건수가 기존 예측치를 상회하면서 한때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아이온큐의 가장 큰 잠재적 리스크 중 하나는 IBM, 구글 등 쟁쟁한 경쟁사들의 존재다.

아이온큐는 당장 현금이 되는 사업도 없고, 투자금도 외부에서 일일이 유치해와야 하는 것과 달리 IBM, 구글 등 대기업은 기존 사업 수익을 바탕으로 훨씬 공격적으로 투자를 펼칠 수 있다.

투자 규모는 결국 기술 개발 속도로 이어지며, 무엇보다 더 많은 인건비를 제공하는 기업에 인력 풀이 흡수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아이온큐 공동 설립자인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는 지난해 7월 한국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와의 대담에서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 기술의 가장 큰 병목(정체되어 막힌 부분)은 바로 인력이다"라며 "우리 회사가 IBM보다 빨리 갈 수 없는 이유는, 기술 개발을 위한 고급인력 수급이 제한돼있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나 전문성 없는 사람을 모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인력 측면에서 빈익빈 부익부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어떤 회사가 수천억 자금을 모아서 연구를 추진한다면, 다른 회사에서 그걸 쫓아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구글 같은 큰 회사가 (업계에) 있다면, 스타트업들은 고급인력을 찾기 쉽지 않다"며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대기업과 나머지 기업들의 격차가 매우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현금을 가져다주는 수익사업이 있어야 한다.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우주여행 사업이 초기에는 오랫동안 손실만 냈지만, 페이팔과 같은 수익사업을 통해 이를 지원했다.

아이온큐의 경우 양자컴퓨터를 응용한 서비스를 상용화해 현금흐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시기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김 교수는 "투자 선순환이 일어나려면 새 기술을 바탕으로 아주 작은 뭔가라도 가치를 창출해야 재투자가 이뤄진다"며 "뭔가 쓸모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3~5년 사이에 킬러앱이 하나 나와줘야 한다. 그런데 나올지 아닐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IBM과 구글 등 경쟁사들도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경제 외신 나스닥에 따르면, 구글 내에서 양자컴퓨터 서비스를 개발하던 팀인 '샌드박스'가 분사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분사할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기관들의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IBM도 지난해 11월 기존보다 업그레이된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다. IBM의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가 아이온큐의 이온트랩 방식에 비해 가진 장점인 '속도'를 더욱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올해 1월에는 LG전자가 IBM과 양자컴퓨터 개발에 협력하겠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온큐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15달러 초반대에서 11월 중순 31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다만 12월에는 다시 17~18달러, 현재는 1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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