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 IRP 수익률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고객들의 발걸음이 증권사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IRP 시장규모는 46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9% 커졌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시장규모가 각각 171조5천억원과 73조9천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각각 12.3%와 17% 늘어난 것과도 대비된다.

지금까지 은행은 '안정성'이란 장점을 내세우며 IRP 시장에서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IRP 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대로 낮아졌다.

은행업계의 IRP 적립금은 31조1천억원으로 IRP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였다. 1년 전까지만 해도 73%였는데 6%포인트(P) 줄어든 셈이다. 보험업계의 IRP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9%에서 7%로 2%P 감소했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IRP 적립금은 3조2천억원이었다.

이와 달리 증권업계의 IRP 적립금은 12조2천억원으로 IRP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같은 기간 8%P 증가한 26%를 기록했다. IRP 시장으로 새로 유입되는 고객들이 은행과 보험사보다는 증권사로 향했던 영향이다.

실제로 은행과 보험사도 IRP 적립금 규모 자체는 1년 전보다 각각 30.3%와 7.7% 늘었다. 하지만 증권사는 같은 기간 IRP 적립금 규모가 106% 급증하면서 다른 업권의 고객 자금 유입세를 훌쩍 넘어섰다.

IRP 고객들이 은행보다 증권사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은행업계의 지난해 4분기 평균 IRP 수익률은 2.31%로 증권업계의 5.03%보다 낮다. 특히 은행업계의 IRP 수익률은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5.38%를 기록했는데 2분기 4.65%, 3분기 3.28%, 4분기 2.31%까지 떨어졌다.

은행은 IRP를 원리금보장형상품이나 펀드로만 운용할 수 있지만,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리츠, 인프라펀드 등으로 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꾀할 수 있다.

은행들은 증권으로 옮겨가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지난 3분기부터 비대면 IRP 수수료 면제 카드를 들고나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도 IRP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은행권 최초로 IRP 가입자들이 ETF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를 출시했다. 뒤이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퇴직연금 ETF 상품을 내놨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올해 상반기 퇴직연금 ETF 매매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관련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IRP 시장에서 수수료 면제와 ETF 등을 무기로 내세운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의 IRP 수수료 면제와 ETF 진출은 증권사와 경쟁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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