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올해부터 퇴직연금 제도가 바뀌면서 OCIO(외부위탁운용사업자) 시장을 둘러싼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을 포함해 인공지능(AI) 엔진을 내세운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업체들도 OCIO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요 기관 및 기업의 OCIO 선점을 위해 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개편했으며,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도 적극적이다.

여기에 핀테크 업체들도 기술을 앞세운 차별성으로 시장 진입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신한자산운용이 연금, OCIO, TDF 등에 주력하기 위해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통합 법인을 출범했고, NH투자증권도 지난해 OCIO 사업부를 신설한 데 이어 최근 조직개편에서 사업부 내에 전담 기획부서와 운용부서를 신설한 바 있다. 또 기존 기관영업본부를 OCIO솔루션본부로 전환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OCIO 컨설팅팀을 신설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신임 대표 이사도 지난 3일 취임식에서 연금시장의 확대와 OCIO 성장 등을 강조한 바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두물머리 또한 KB증권에서 매크로를 담당하던 김두언 이코노미스트를 주체로 전담팀을 꾸려 OCIO 시장에 뛰어들었고, 파운트도 상반기 내로 OCIO 진입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1천 조' OCIO 시장 선점 총력…어떻게 바뀌나

노후자금으로 활용되는 퇴직연금은 장기로 꾸준히 적립되기 때문에 금융사들에 '노다지'로 꼽힌다.

실제 국내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017년 168조 4천억 원에서 2018년 190조 원으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255조 5천억 원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제도 변화에 힘입어 퇴직연금의 운용에 OCIO가 진입할 경우 공공기금에서 향후 대학 등 민간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1천조 원 규모까지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OCIO는 투자자들로부터 자산운용 업무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서비스로 현재 주로 연기금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재보험기금과 고용보험기금,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기획재정부의 연기금투자풀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선점해왔으나 올해부터 이러한 상황은 바뀔 전망이다.

오는 4월 14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을 도입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적립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적립금 운용 목적 및 방법, 목표 수익률, 운용 성과 평가 등이 포함된 적립금 운용 계획서(IPS)를 매년 1회 이상 작성해야 한다.

현재는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가 상품 선택과 적립금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구조지만 올해 4월부터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자가 노조와 사측, 전문가로 구성된 적립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의 자산 배분과 목표 수익률, 투자 결정 과정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300인 이상 기업 중 퇴직금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2020년 말 기준 4천670개 사로 이 중 DB(1천171개 사) 혹은 DB와 DC(확정기여형)를 병행하는 곳은 총 3천705개 사에 달한다. 즉 이 개정법에 적용받게 되는 3천705개 회사의 퇴직연금 DB 담당자들이 즉각적으로 성장하는 퇴직부채(근로자 퇴직 시 지급할 급여를 모은 자산) 관리 과제에 당면하게 된다.

◇AI 핀테크 기술도 OCIO 시장으로…수익률 제고 목표

핀테크 기업들도 OCIO 시장 진입을 위한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두물머리는 '패스파인더'로 대표되는 AI 투자 엔진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해당 계좌의 위험관리통제력과 재무목표 달성 확률을 높이기 위해 AI가 포트폴리오 구성하고 만기까지의 최적의사결정 과정을 연속적으로 거쳐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두물머리의 목표 기반 투자(GBI, Goal Based Investing) 엔진
*두물머리 제공






이상원 두물머리 영업·서비스 최고책임자(CCO)는 "과거와는 다르게 퇴직연금 DB 자금의 수익률에도 관심을 두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운용자금 중 한 축이던 퇴직연금 DB 시장에서까지도 관찰되는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많은 기업과 민간의 위탁운용자금이 위한 더 나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문 OCIO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선행적 신호"라고 말했다.

파운트 관계자도 "제도 개편을 앞두고 올해 상반기 내로는 OCIO 시장 진입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업의 경우 정량적인 기준 충족이 어렵거나 B2C(Business to Consumer)에 주력하는 경우 OCIO 시장 진입에는 보수적인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OCIO가 기관의 자금을 운용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운용자금을 포함해 회사의 조직 구조도 등을 많이 본다"며 "결국 기관들과 관계가 좋은 곳이 유리하기 때문에 투자 기술이나 수익률이 높다고 쉽게 뚫을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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