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쿠팡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이마트의 매출을 추월했다.

지난해 백화점을 제외한 유통업계 전반이 부진한 실적을 보인 가운데 쿠팡이 이커머스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이러 빠르게 치고 올라와 시장 판도를 뒤집고 있다.

◇ '로켓 성장' 쿠팡…지난해 이마트 매출도 추월

쿠팡은 2일(미국시각)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순매출이 184억637만달러(약 22조2천256억원)로 전년보다 54%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연간 실적으로, 매출 22조원을 돌파하며 2010년 창사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별도 기준 이마트와 SSG닷컴의 매출을 합산한 17조9천442억원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인수한 G마켓 글로벌의 4분기 매출을 합쳐도 18조원 수준이다.

다만, 가파른 매출 성장에도 쿠팡은 적자 구조가 더욱 심화했다.

지난해 순손실은 15억4천259만달러(1조8천627억원)로 전년의 4억6천316만달러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순손실에는 지난해 2분기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식한 손실 2억9천600만달러(3천574억원)가 포함됐다.

◇유통 3사, 백화점만 호황…마트·이커머스는 부진

지난해 유통 대기업들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호황을 거뒀지만, 오프라인 마트나 이커머스 부문은 적자를 내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백화점 중심의 신세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 등 연결기준 자회사들을 제외한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별도기준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천659억원으로, 전년보다 0.3%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기존 할인점 마진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할인점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7년 5.1%에서 지난해 1.5%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쇼핑도 수년째 마트와 이커머스 부문이 적자를 내며 부진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1천56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매출은 1천80억원으로 21.5% 감소했다.

슈퍼와 할인점 부문은 합쳐서 37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매출도 각각 1조4천520억원, 5조7천160억원으로 전년비 12.3%, 7.2%씩 감소했다.

반면, 백화점과 면세점 중심의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명품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며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신세계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6조3천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84.6% 증가한 5천173억원으로 2019년의 4천682억원 기록을 깨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매출이 3조5천724억원으로 전년보다 5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4.6% 증가한 2천644억원을 거뒀다.

◇ 한국 유통업계 시장 재편 가속

지난해 쿠팡의 매출이 이마트 같은 유통 대기업을 넘어서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 유통업계 시장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이커머스 공세 등에 지난해 처음으로 편의점에까지 매출 순위가 밀리는 등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매출이 전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9%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비중 15.7%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다만, 업계에서는 쿠팡이 기존 유통업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로 전략을 전환했을 경우 충성고객이 얼마나 남아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미국 아마존과 달리 쿠팡의 점유율은 10% 중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지난해 유료멤버십 와우 멤버십의 신규 회원 가입 가격을 기존 월 2천900원에서 4천99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코로나19 이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관건은 향후 수익화 후에도 충성고객 수가 이어질지 여부"라며 "물리적 거리가 중요한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앱을 깔고 지우는 게 쉽기 때문에 고객을 묶어둘 요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쿠팡이 충성 고객을 계속 묶어두는 데 성공하고, 지금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기존 유통 대기업을 뛰어넘는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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