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향후 금리 인상 지속이라는 예상이 확산하면서 국내 손해보험사들 또한 만기보유증권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보유증권 계정은 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평가손익이 줄어 지급여력(RBC)비율에 '악영향'을 주는 매도가능증권과는 달리, 취득원가와 이자수익만을 인식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24조1천억원 수준이었던 손해보험사들의 만기보유증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에는 43조5천억원까지 급격히 늘었다.

3분기 만에 20조원가량 관련 비중이 확대된 셈이다.

같은 기간 152조8천억원 수준이었던 매도가능증권 비중은 140조1천억원으로 12조원 이상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계정재분류를 통해 기존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옮기는 것에 더해, 신규 매입 채권 자체를 만기보유로 편입하는 경우가 늘어난 점이 이러한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만기보유증권이 급격히 확대된 데는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2위권사가 적극적인 계정재분류를 통해 금리 상승기에 대비하려는 전략을 편 점이 주효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 2020년 말까지 만기보유증권 잔액에 '제로(0)'였지만,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계정 재분류에 나서면서 이 비중을 5조2천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매도가능증권 계정은 같은기간 13조3천억원에서 9조1천억원으로 줄었다.

DB손해보험 또한 23조3천억원이었던 매도가능증권 규모를 18조9천억원으로 줄이는 동시에, 4천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만기보유증권 규모를 6조1천억원까지 한꺼번에 끌어올린 케이스다.

당초 5조6천억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현대해상 또한 지속적인 채권재분류를 통해 이 규모를 10조7천억원까지 확대, 매도가능증권 비중과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손해보험(1조8천억→2조3천억원)과 MG손해보험(1조1천억→1조6천억원), 흥국화재(4조4천억→5조6천억원), NH농협손해보험(1조8천억→2조2천억원) 등이 만기보유증권 비중을 늘리는 조처를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과 같이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 건전성 관리 측면에선 만기보유증권 계정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RBC비율이 내림세를 지속한 것도 채권금리가 오른 점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3분기 말 247% 수준이었던 손보업계의 RBC비율은 지난해에만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4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진행됐음에도 241% 수준으로 소폭 낮아졌다.

매도가능증권을 활용할 경우 금리가 낮아지는 국면에서는 평가이익을 인식해 RBC비율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평가이익이 줄어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만기보유증권 비중을 늘려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는 업체들이 느는 추세다"면서도 "다만, 채권 교체매매 등 듀레이션 관리에는 매도가능증권이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계정의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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