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국내 블록체인 업계를 보면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서비스, 즉 '로컬라이징' 측면이 크다. 국내 기관들이 투자를 더 잘 받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플랫폼에서 활발한 해외 활동을 했으면 하는데 이런 부분이 아쉽다"

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는 1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 블록체인 인프라의 로컬화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열풍 속에 코인에 이어 대체불가능토큰(NFT)의 발행 또한 활발하지만, 한국에서만 적합한 생태계가 자리 잡다 보니 글로벌 프로젝트로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다.

강 대표는 "국내 거래소들의 로컬 색채가 강하다 보니 해외 코인들과 소통이 안 되기도 한다"며 "지난해 6월 거래소들이 대량 상장폐지를 단행할 때도 많은 코인 발행 팀들은 대처할 겨를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현재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 거의 유일한 여성 파운더로, '에리카 강'이라는 이름의 인플루언서로도 유명하다. 강 대표의 크립토서울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커뮤니티 매니저들을 포함해 개발자 및 투자자, 마케터, 애널리스트 등을 위한 네트워킹 이벤트를 기획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한다.

최근 강 대표는 '에리카 토큰(EST)'이라는 소셜 토큰(Social Token)을 발행하기도 했다. 소셜 토큰은 인플루언서, 브랜드, 콘텐츠 제작자 등 소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발행해 커뮤니티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급하는 토큰이다. 현재 에리카 토큰은 '유니스왑(Uniswap)'이라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상장된 상태다.

강 대표는 "소셜 토큰은 인센티브를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콘텐츠 제작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를 소유하기 위한 토큰"이라며 "개인이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존재다 보니 중립적 존재로서 다른 프로젝트를 엮어줄 때 인센티브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멈췄던 '비들 아시아(BUIDL ASIA)'도 오는 8월, 3년 만에 다시 열 예정이다. 비들 아시아는 전세계 개발자, 학계 연구자 등 블록체인 부문 활동가들의 콘퍼런스다. 가장 최근 열렸던 2019년 비들 아시아에는 아발란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이끄는 에민 시어러 코넬대 교수가 키노트 세션을 맡았고 라쿠텐 블록체인 랩의 하지메 니시노미야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등이 연사와 패널로 나선 바 있다. 또 국내에선 언체인의 이홍규 대표, SK텔레콤의 이강원 박사 등도 초대됐다.

강 대표는 현재 NFT 시장의 과열 문제에 따른 투자자 보호 문제, 향후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고 지적했다.

향후 본격화될 가상자산 업계 법제화 단계에서도 현장에 뛰는 사람들의 자문을 통해 더욱 실용적인 방향으로 제도적 틀이 잡히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아직 너무 초창기고 체계도 아직 덜 잡혀있어 한 발짝 더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진보"라며 "갑자기 모든 게 허용되는 것보단 점차 제도적 틀을 잡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화여대 국제관계학을 졸업한 후 2007년부터 SK증권, 한화증권에서 트레이딩과 M&A 업무를 담당했다. 스탠퍼드대에서 국제정책학 석사를 마친 후 KT 전략실에서 약 3년간 일했다. KT 퇴사 후 2017년 초 블록체인 업계로 진입해 블록체인 커뮤니티 빌딩 팀 크립토서울의 대표가 됐다.

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 인터뷰 사진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재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인프라는 어느 정도인지.

▲전반적인 블록체인 업계 내에서 보면 국내에서 가장 잘 되는 플레이어는 거래소, 다음으로 커스터디(수탁서비스), 데이터 쪽이다. 정통 금융권에서 필요하던 인프라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구축돼있다. 이는 긍정적이지만 해외에서도 지적받는 것은 국내에서 '우리들만의 리그'처럼 고립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서비스, 즉 '로컬라이징' 측면이 크다. NFT 발행 팀들이 국내 발행만을 목표로 한다면 괜찮지만 이제 해외시장도 봐야 한다. 수많은 플랫폼이 전세계적으로 있는데 우리만 고립된 느낌도 있다. 국내 플레이어들이 더욱더 해외에 진출할 필요가 있는데도 국내외 마케팅 부분에 벽이 있다고 한다. 국내 기관들이 투자를 더 잘 받고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플랫폼에서 활발한 해외 활동을 했으면 하는데 이런 부분이 아쉽다.

--최근 소셜 토큰을 발행했는데 근황은.

▲개인이기도 하지만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존재다 보니 중립적 존재로서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엮어줄 때 인센티브가 필요했다.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리워드가 주어지길 원했다. 그간 쪼개져 있던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융합하는 셈이다. 소셜 토큰 자체는 2년 정도 고민했으나 준비가 안 돼 있었다. 현재는 실험적 분위기도 즐길 수 있고 발행 적기라고 생각했다. 현재 유니스왑(Uniswap)이라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올려진 상태다. 스왑을 통해 원화로도 바꿀 순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이더리움 개발자 행사인 'ETH덴버(Denver) 2022' 참석을 위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출장도 다녀왔다.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관심을 가졌고 크립토서울이 콘퍼런스, 이벤트에 특화됐기 때문에 행사 사회도 봤고 사이드 이벤트도 열었다. 한국에서만 70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참석했고 해외 플레이어들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오는 8월에는 '비들 아시아' 콘퍼런스도 3년 만에 열 계획이다. 비들 아시아는 (커뮤니티) 빌더들의 축제로 'build'의 마지막 두 글자를 바꾼 'buidl'이라는 단어는 업계 내 통용되는 말이다. 현재 계획 중인 것은 이더리움 플랫폼의 레이어 1, 레이어 2의 최고기술경영자(CTO)들을 초청해 기술을 논하는 콘퍼런스를 생각하고 있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NFT 시장, 우려되는 게 있다면

▲업계 자체가 시초이기 때문에 분석 자체가 힘들고 트렌드를 읽기도 힘들다. 주식시장처럼 분석을 돌릴 수도 없어 추측이 난무하고 예측이 불가하다. NFT는 등장한 지도 얼마 안 됐고 향후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지도 모호하다. 투기성 자산으로 흘러갈 수 있고 이미 진행되고 있다. 부르는 게 값이고 정하는 게 값이다. 하지만 이후 덤핑해서 가격이 내려갔을 때 일반 투자자들은 당황할 수 있다. NFT 자산을 관리해주는 플랫폼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준이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척도가 있고 평균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우려된다. 특히 예술 쪽에선 돈이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다 뛰어들고 있어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원장 네트워크가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도 모르고 투자하기도 한다. 지금 메타버스, NFT는 모두의 관심을 끄는 '트리거 워드(Trigger-word)'다.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생겨서 조금 우려가 된다. 한 번 데여서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면 업계 신뢰가 사라지고 베어마켓이 될 수 있다.

--NFT를 통한 예술품 거래, 소유권과 별개로 저작권 분쟁 가능성은?

▲향후 저작권 분쟁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실 경제성과 정의가 모호하지만 앞으로 NFT 시장이 복잡해지고 커졌을 때 법적 문제도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법무법인들이 이 시장으로 많이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업계에서 저작권을 어디까지로 볼지, NFT를 사용할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아직 모호하다. NFT를 통해 특정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만든 크리에이터는 여전히 해당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어 오롯이 '내 것'이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구심은 여전히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공동으로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같이 풀어야 할 과제다. 법적인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6월 주요 거래소들의 기습적 상장 폐지 등 대량 코인 퇴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따른 투자자 혼란 가능성, 여전한가.

▲업비트를 포함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입출금 중단이 자주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당황스럽다. 거래소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면 피해를 보는 건 투자자들이다. 상장폐지에도 더 코인 자체 근본적인 이유보다는 사회적인 내러티브가 껴있기도 한다. 실제로는 코인 발행팀과의 소통 문제나 사회적 분위기상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지난 'n번방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모네로(XMR) 등 프라이빗 코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의 로컬 색채가 강하다 보니 해외 코인들과 소통이 안 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 부분을 더 보완했으면 한다. 해외 코인에 대한 콘택트 포인트가 아직도 잘 잡혀있지 않아 소통이 수월하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몇몇 코인 발행 팀들은 대처할 겨를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기도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암호화폐 역할이 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블록체인 업계 내에서 새롭고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폴카닷 전자 지갑을 만들자 개빈 우드 폴카닷 개발자가 500만 달러어치를 기부하는 등 매우 빠르게 자금이 모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렇게 대처한 게 매우 새로웠고 유연성 있는 사례였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또한 외교적인 역할을 많이 한 거로 알고 있다.

--대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 지형 변화 전망은.

▲이전보다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 본다.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을 보면 전반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완화적인 스탠스, 즉 '프로(pro)-크립토'라고 보인다. 하지만 반대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정책적으로 뒷받침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7년 코인 발행(ICO)을 전면 금지했을 때도 모든 주무 부처가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부처 간에도 소통이 어려운 와중에 결국 법무부에서 전면 금지한 것인데 서로 이해관계가 부딪힐 수 있는 지점이었다.

대선 이후에도 과정은 순탄하지 않겠으나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과정이라도 착실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아직 너무 초창기고 체계도 아직 덜 잡혀있어 한 발짝 더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진보다. 갑자기 모든 게 허용되는 것보단 점차 제도적 틀을 잡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규제 당국도 교육이 필요하니 업계 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려 할 텐데 현재로선 다들 배워가는 과정에 있어 '전문가'라고 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편향된 목소리만 반영될 수 있어 잘 선별해 정책적인 방향을 잘 잡았으면 좋겠다.

젊은 세대들이 이끌어가는 업계다 보니 '타이틀'보다는 활동에 치중해 열심히 일하는 일꾼들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경험이 짧더라도 업계 파악을 잘하는 적절한 사람들의 자문을 통해 실용적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sy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