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SM)의 변화를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엔 성숙해진 증시 환경은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시대적 요구가 자리했다.

3년 전 얼라인파트너스보다 규모가 더 크고 금융지주계열사인 KB자산운용이 주주권 행사를 했을 때와는 다른 점이다.

더불어 실적만으로는 유의미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이번 주주행동주의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SM은 주주총회를 열어 얼라인파트너스 측이 추천한 곽준호 감사 후보의 선임을 가결했다.

그동안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로 곽 후보의 선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감사 선임의 경우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 룰'의 역할도 컸으나, 유효의결권 중 81%라는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기에 이번 감사 선임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SM 이사회의 비정상적 구조에 대한 지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SM의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세운 라이크기획과의 합병 및 배당 요구, 새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KB자산운용은 주주 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은 에스엠 영업이익의 46%를 가져가는 중요한 회사이므로 주주들에게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SM의 태도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SM에 대한 KB자산운용의 지적사항
출처: KB자산운용




비슷한 지적에 다른 반응을 보인 배경엔 성숙해진 증시 환경이 있다.

동학개미가 늘어난 만큼,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커지면서 행동주의 펀드에도 힘이 실렸다는 해석이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KB자산운용에서 먼저 라이크기획이 SM 매출의 6%를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준 덕분에 주주들이 이 문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면서 "여론도 자문기구나 기관의 의결권을 고민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이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대표 소송, 감사 선임에서의 3% 룰 등 최소한의 형식적 틀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며 "배임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이사회 결정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면서 주주행동주의 역시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저성장 국면에서 주가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주행동주의가 부각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적 개선만으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어, 지배구조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필요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고 있다는 건 결국 기업의 실적 개선이 굉장히 더디게 이루어진다는 의미"라며 "주가가 더디게 오르는 만큼, 주주 입장에서는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를 개선하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사주 매입 후 미소각, 경영진 주식 매도 행위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들이 마련돼야 주주행동주의를 결과 역시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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