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채용비리 여파 등으로 사실상 10여년 만에 부활한 이른바 '은행고시'의 모양새가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채용 과정에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던 필기전형이 사라지는 모양새다.

11일 주요 은행권이 낸 상반기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서류전형 이후 '필기전형'이 생략된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신한은행은 디지털·ICT 부문 수시 채용 공고를 냈다. 해당부문 선발 과정은 서류전형과 AI 역량검사·온라인 코딩테스트, 심층·최종면접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상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한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의 IT 부문 전형절차를 살펴보면 서류전형 이후 코딩테스트를 거쳐 1·2차 면접전형으로 구성돼 있다.

IT 부문뿐 아니라 일반직 행원 채용에서도 필기전형 도입 여부는 유연하게 선택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일반직 신입행원 채용 절차에서 필기전형을 뺐다. 서류전형과 1·2차 면접전형, AI역량검사 및 임원면접이 채용 절차다.

우리은행은 작년 상반기 디지털·IT부문 신입행원 채용 시에는 필기전형을 실시했지만, 그해 하반기 일반직 수시채용 때에는 필기전형을 실시하지 않았다.

필기전형을 폐지한 것이 아니라, 각 채용 부문과 특성에 따라 운영 여부를 다르게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이는 채용비리 사태 이후 지난 2018년 필기전형을 앞다퉈 도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18년 은행권에서는 채용비리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필기전형 도입을 포함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이에 그해 하반기부터 은행권 채용에는 필기전형이 대대적으로 도입됐다.

실제로 당시 은행들은 일반직과 IT부문을 불문하고 직업기초능력평가(NCS)와 직무별 상식 등으로 구성된 필기전형을 실시했다.

그러나 주요 금융지주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동참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은행권 채용 형태가 달라지면서 '필기전형'의 당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은행권이 대규모 인원을 정기적으로 일반직 공채를 통해 뽑아왔다면, 최근에는 디지털·IT부문 위주의 수시채용으로 채용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IT 부문의 경우 코딩테스트가 필기전형을 대체하고 있다"며 "IT직군의 경우 필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ICT를 다룰 줄 아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필기시험보다 코딩테스트가 직무역량을 검증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은행권 필기시험 현장.




ywkim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