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금융권의 ESG(환경·사회적·지배구조) 강화 기조와 치솟고 있는 에너지 원재료 가격 등으로 인해 발전사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탄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삼척블루파워는 1천8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라는 결과표를 받았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해 6월에 1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찾았으나, 당시에도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삼척블루파워의 자금조달은 금융권, 정치권에서 앞다퉈 탈석탄 정책을 강화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이나 삼성금융그룹, 한화금융그룹, KB금융그룹 등 금융권은 석탄발전 산업 투자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기후변화대응 목표 달성을 강조하고 원전 가동에 긍정적인 만큼, 석탄발전의 지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 측은 석탄발전 조정 계획에 대해 "석탄발전 확대 기조는 들은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탈석탄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가지고 있으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적절한 조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발전 총량제 시행, 환경급전 제도 시행 등으로 석탄발전업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강릉에코파워, GS동해전력, 고성그린파워 등 다른 석탄 발전사들은 외부차입금 전액을 장기 분할상환 조건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입금으로 구성해 차환에 대한 위험이 크지 않으나, 삼척블루파워는 회사채로 1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향후 6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불리한 조건에 발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5일 기준 삼척블루파워의 민평4사 3년물 금리는 5.229%로, 'A+' 등급 수익률 대비 144.5bp가량 높다.

석탄발전과 신재생발전의 가교전력원으로 여겨지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경우에도, 관련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투자 수요는 꾸준히 확보하고 있으나 회사채 시장 경색, 고유가 사태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SK E&S의 자회사인 아이지이(AA)는 최근 1천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천6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30bp~+4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한 아이지이는 3년물 38bp, 5년물 10bp에서 모집물량을 채웠다.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한 SK E&S의 자회사인 파주에너지서비스(AA-)도 1천억원 모집에 1천60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30bp~+3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한 파주에너지서비스는 3년물은 개별 민평금리에 20bp 가산한 3.262%, 5년물은 +28bp 가산한 3.547%에 발행을 결정했다.

SK가스의 자회사인 울산GPS(AA-)는 지난 2월 LNG·LPG 복합화력발전소 시설자금에 투입할 1천500억원을 ESG 채권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그러나 3년물에 300억원의 주문만 들어오며, 1천200억원가량이 미달이 났다.

울산GPS는 3년물 1천억원과 5년물 500억원을 각각 개별 민평금리 대비 30bp 가산한 3.142%와 3.317%에 발행하게 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에너지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LNG 발전사의 새로운 크레디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현승희 나이스신평 연구원은 "과거 대비 높은 LNG 가격 수준 및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직도입 발전사별 연료 도입 구조 및 공급 안정성 수준 등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자회사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글로벌 원재료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발전단가 상승, 전기요금 동결 등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가운데 최근 한전과 외상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칙이 개정되면서 발전자회사들의 운전자본 확대 부담도 늘어났다.

한전의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달 1kWH당 192.75원이었으나, 판매단가는 1kWH당 108.1원이었다. 1kWH의 전기를 팔 때마다 약 84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한전이 올해 20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사채 발행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한전은 올해에만 12조원에 달하는 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를 대규모 발행하면서 가격이 급락한 한전채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AAA'의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한전이 발행한 30년물 한전채는 모집금액 2천억원에서 1천300억원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의 민평 4사 기준 3년물 수익률도 3.601%로 자기 등급(AAA) 대비 7.6bp가량 높은 상황이다.

한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의 채권 발행은 금리나 물량 측면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필요한 운전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외상거래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동화하는 등의 부담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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