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라이프자산운용이 SK㈜ 측에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조기 소각을 요청했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출범한 라이프자산운용의 사실상 첫 액션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자산운용은 SK[034730]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의 10%(약 180만 주)를 조속히 소각하는 동시에 재무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리스크 전담 임원(CRO) 선임과 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

전일 종기 기준 SK의 주가는 25만9천 원이다. 라이프자산운용 측이 요구한 자사주 규모는 시가 약 4천6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강대권 대표는 "SK는 최근 적극적인 자본 운용을 통해 계열사 지배를 위한 단순 지주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회사'로 구조혁신에 성공했다"며 "그러나 SK의 뛰어난 투자성과는 여전히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SK는 2017년 이후 연 11.5%의 주당 순자산가치(BPS) 성장을 창출했다. 이는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로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간 BPS 성장률 12%와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수한 실적과 사업구조 변화에도 SK의 시장가치는 여전히 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타 지주사들과 마찬가지로 고질적인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주가 저평가 원인으로 지주회사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에서 비롯한 시장의 오해를 꼽았다.

더불어 자사주의 오버행 이슈로 인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시장이 믿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 이뤄진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역시 SK에 대한 시장 저평가의 주된 배경으로 분석했다.

이에 라이프자산운용은 시장의 의구심과 그로 인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자기주식의 일부 소각'을 제안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은 발행 주식 총수의 24%에 달한다.

강 대표는 "지난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언급한 점에 대해 환영을 표하지만, 자기주식 소각은 회사가 주총에서 말한 고려할 만한 옵션이 아닌 최우선 주주환원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는 약 20여 개에 달한다.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상승했다.

강 대표는 "SK의 주된 재원 조달 원천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라며 "최근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이 동시에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배당금이 축소되고 단기차입 의존도가 증가했다. SK의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는 기업가치 할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국제정세의 혼돈 속에 탈세계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하고 있다"며 "시장 위기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SK가 신규 투자 등의 자본 배분, 운용에 관한 사항을 더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은 'ESG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지난해 출범했다. 가치투자 1세대인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강 대표와 라이프자산운용의 전신인 다름자산운용 설립자 남두우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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