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기업의 소유구조가 변동될 경우 주주보호책을 마련하도록 지배구조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자회사의 IPO를 추진 중인 기업들은 물적분할 후 상장에 관련한 주주보호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자발적으로 보고서에 작성했다.

개정된 조항을 고려할 때 좁게는 지난해와 올해 분할·합병 등이 진행된 기업에 한해 주주 관련 정책을 명시하면 되는 상황이나, 중복 상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기업이 주주 보호책을 언급해 '쪼개기 상장' 논란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당국 차원의 법 개정과 규정 정비 전까지는 기업 입장에서 자회사 상장에 관해 구체적인 주주보호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입법 과정을 검토하고 따르겠다는 수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법인 345개사는 지난해 사업연도의 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을 마쳤다.

이 가운데 IPO 작업이 진행 중인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 중 일부는 신설된 세부 원칙에 답변하며 공모 과정에서의 주주보호 계획에 대해 알렸다.

특히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쪼개기 상장'에 대한 논란이 거세진 후 신사업을 현물출자 또는 물적분할한 KT와 NHN의 경우, 가장 구체적인 주주보호책을 제시했다.

KT와 NHN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 방안을 다양화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KT는 자회사 주식을 포함한 기타 재산을 모회사 주주에 현물 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향후 주요 사업 변동이 발생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주 보호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KT는 지난 4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현물 출자해 KT클라우드 법인을 신설했으며, 상장 가능성이 언급되자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

NHN 역시 NHN클라우드 법인의 설립 이후 올해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한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 현물 배당할 수 있는 내용의 근거를 정관에 마련했다.

아울러 물적분할 자회사가 10년 이내 상장 추진 시 주주총회 특별 결의 승인을 얻는 절차를 마련하고, 반대주주를 포함한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NHN은 "물적분할 신설법인의 성장을 주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규제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추후 개선되는 규제를 신속히 반영하고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J올리브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연내 IPO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됐던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들은 주주 보호에 힘쓰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IPO를 추진 중인 자회사들이 2010년 후반께 신설됐으며, 현재 규제 사정권인 물적분할의 사례에 해당하지는 않기에 중복 상장과 물적 분할에 관련한 규제 논의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수준에 그쳤다.

2019년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로부터 건강 및 미용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설립된 CJ올리브영을 자회사로 둔 CJ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과 관련한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CJ는 "최근 자본시장의 화두로 부각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등과 관련한 규제 동향 및 제도적 보완 사항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신주인수권 부여, 공모주 우선 청약권 등 주주 보호를 위해 고려 가능한 다양한 정책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 점검 및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의 소유구조 또는 주요 사업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고려 가능한 조건을 선행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J올리브영은 당초 상반기 내 예비심사 청구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증시 부진 등으로 공모 시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CJ올리브영 공모 과정에서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등 오너일가가 구주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만큼, 최근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경우 공모 흥행에 실패하는 상황이 IPO를 강행하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상장이 예상되는 카카오는 관련 정책이나 규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대신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카카오는 "당사는 내부적으로 자회사의 상장 절차에 대해서는 카카오그룹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사업을 잘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왔다"며 "각 회사의 성장 속도와 자금조달 필요성, 자본시장에 맞추어서 자회사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주주 평등의 원칙에 기반해 자회사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자회사들의 상장은 카카오의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관점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계열사 내 차기 IPO 주자로 꼽혀왔으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 논란 등 그룹 안팎의 논란에 상장 일정을 전면 재검토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주관사단 구성을 완료하고 IPO를 위한 제반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연내 추진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음악·콘텐츠·영상 부문 등 카카오 그룹 내 콘텐츠 역량을 가친 세 곳의 회사가 합병된 만큼, IPO보다는 재무구조 개선과 역량 결집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를 계열사로 둔 HD현대와 현대삼호중공업의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역시 주식회사의 물적분할 후 상장 등과 관련한 주주 보호를 위한 정부 정책에 따라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거나 공모가로 청약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편, 거래소는 지난 3월 개정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기재누락 및 오기재 여부 등을 살펴 기준에 미달하는 건에 대해 정정 공시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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