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송하린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당국 수장으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금융규제 완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가 시급한 은행권에서 가장 기대하는 규제 완화는 비금융업에 대한 진출 허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지난달 말 금융위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에 규제완화 요청안을 제출했다.

은행권은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을 가장 주요하게 담았다. 금산분리 규제로 비금융업으로의 사업다각화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는 재벌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오용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은행법 37조는 은행 등 금융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는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은행들은 부동산·유통·헬스·자동차·통신 등 기업에 투자하며 금융과 비금융데이터를 합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향후 비이자수익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자기자본의 1% 이내에서 다양한 업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퍼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요청도 담았다.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의미다. 빅테크는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 수집·활용에 사실상 제약이 없지만, 은행은 영업 목적으로 계열사와 고객 정보도 공유할 수 없다.

올해 들어 빅테크와 경쟁의 일환으로 주요 은행들이 수퍼앱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을 비추어보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요 사안인 셈이다.

가상자산 수탁업무 규제 완화도 언급했다. 은행권은 현행법상 제한으로, 가상자상 수탁사업에 다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지분투자를 하는 형태로 진출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KODA),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농협은행은 카르도, 우리은행은 디커스터디 등의 합작법인에 각각 지분을 투자했다.

반면 미국 금융사는 가상자산사업에 직접 진출하며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수탁과 트레이딩, 자산관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이 지난 2020년 7월 은행에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허용한 결과다.

은행권은 신탁제도와 방카슈랑스의 혁신도 주문했다.

우리나라 신탁 시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장 규모가 지난 2020년 말 53%에 불과하다. 일본과 미국은 GDP 대비 신탁 시장규모가 각각 174%, 94% 수준이다. 자본시장법이 수탁 가능 재산을 7가지 종류로 제한하는 '열거주의' 방식의 규제라, 영업과 보험금 청구권 등 다양한 신탁재산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은행권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에서 금지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수탁 재산을 허용하는 '포괄주의' 방식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액 금전신탁의 합동 운영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방카슈랑스와 관련해서는 판매상품 제한과 판매비율 상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은행권은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가 불가하다. 아울러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지 못한다.

은행들은 김주현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김 위원장은 연일 '금융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면 금산분리까지도 완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빅테크 기업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는 게 맞는지 보겠다"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규제완화 요구안을 취합한 뒤 바로 추진할 항목과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항목을 나눠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 취임식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7.11 kims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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