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에만 자산 배분…시장 충격에 휩쓸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일본 최대 공적 연기금이자 자산 기준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이 지난 2분기 36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이 강력한 조정을 받으면서 주식과 채권으로만 구성된 GPIF 자산도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9일 GPIF의 최근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2022 회계연도 1분기) -1.9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3조7천501억엔(약 36조1천599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 운용자산은 193조126억엔으로 감소했다.

GPIF는 올해 3월로 마무리된 2021 회계연도에서 총 5.42%의 수익률을 올리며 10조925억엔을 벌어들였다. 총 운용자산도 196조5천926억엔으로 늘어나며 운용자산 규모 기준 세계 최대 연기금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의 급락 흐름 속에서 GPIF도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고 한 분기에 4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잃게 됐다.

그나마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차익이 커짐에 따라 충격이 완화한 측면이 있다. 달러-엔 환율은 작년 말 115엔에서 7월 말 139엔까지 치솟았다.

GPIF가 다른 연기금보다 금융시장의 추세에 더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포트폴리오가 주식과 채권으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GPIF의 자산배분 현황을 보면 자국 채권과 해외 채권이 각각 25.65%와 25.70%, 자국 주식과 해외 주식이 각각 24.53%와 24.12%다. 채권이 전체의 51.36%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주식이 차지한다. 이에 더해 상황에 따라 각 주식과 채권이 최대 ±11%씩 비중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구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주요 연기금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와중에도 GPIF는 전통 자산만을 고집해왔다. 세계 2위 규모인 국민연금이 전체 자산의 14.5%를 대체투자 부문에 투자하는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GPIF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헤징 수단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전통 자산 시장이 휘청거리면 다른 연기금보다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자산군별로 보면 올해 2분기 GPIF는 자국 내 채권과 해외채권에서 각각 -1.31%와 2.71%의 수익률을 찍었다. 자국 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수익률은 각각 -3.68%와 -5.36%였다.

GPIF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올해부터 대체투자 부문에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GPIF가 일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GPIF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수천만달러 정도로 전체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미미하다. GPIF 펀드를 관리하는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글로비스 캐피탈 파트너스의 스타트업 펀드에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최대 공적연금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일본 언론은 주목하는 분위기다. 성과에 따라 향후 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주창하며 GPIF를 벤처투자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주요 연기금이 대체투자를 주도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은 은행과 기업이 벤처투자를 이끄는 상태인데 GPIF의 선택으로 연기금의 대체투자 진입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공적연금(GPIF) 수익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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