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국제 유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등 반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원 하단을 지지하던 결제 수요가 완화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달러-원의 하방 경직성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8일 연합인포맥스 원자재 선물 현재가(화면번호 7229)에 따르면 9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87.5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말 수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전보다도 유가가 낮아진 셈이다.

수요 둔화 전망과 이란 핵합의 타결 가능성 등이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WTI 연결선물 일봉 차트
연합인포맥스






올해 상반기 지속해서 상승한 국제유가는 우리나라 상품수지 흑자 폭을 감소시키며 달러-원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해왔다.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고유가에 배당요인까지 겹치며 2년 만에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달러-원이 1,300원대에 올라선 이후에도 정유사나 한국가스공사 등의 결제 대금은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요소로 꼽혔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달러-원 하단 지지력이 약화할 수 있는 여건임에도, 단기적으로 달러-원 반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A은행의 외환 딜러는 "에너지 수요가 전체 결제 물량의 30%가량을 차지하며 유가 반락이 달러-원 하락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국제유가가 6월 중순 이후 두 달간 추세적으로 하락해왔지만 서울환시에서 결제 수요가 줄어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가 강세라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여도 달러-원 하단이 열리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B은행의 외환 딜러도 "유가가 하락세지만 지금까지 정유사의 결제 물량이 특별히 줄어들진 않았다"면서 "1,300원 초중반에서 나오는 결제는 여전히 단단하다"고 전했다.

이란 핵합의가 복원될 경우 유가가 추가 하락하며 결제 부담이 더 완화할 수 있다. 이란은 핵합의에 대한 유럽연합(EU) 중재안에 서면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핵합의 복원 시 이란 동결자금의 역송금 부담이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이란 중앙은행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약 70억 달러가량의 원화 자금을 예치해 두고 있다. 이란은 해당 자금의 인출을 강하게 요청해 온 만큼 핵합의 타결 시 인출을 서두를 수 있다.

한편 국제유가 하락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 기대를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은행의 외환 딜러는 "현재까지 유가 반락이 결제 수요를 완화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가 하락은 미국 인플레이션을 낮춰 연준의 피벗 기대를 키울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월 CPI 등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가 추세적으로 확인되면 글로벌 달러 강세가 완화돼 달러-원도 1,200원대로 하향 시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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