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매각철회 및 성실교섭 촉구 농성 투쟁선포식
(성남=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 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역 앞 광장에서 '매각철회 및 성실교섭 촉구 농성 투쟁선포식'을 열고 있다. 2022.8.17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박경은 기자 = 카카오가 결국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철회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합의한 '상생 발전안'에 공감하고, 지원에 방점을 두기로 하면서 매각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와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이후 궁여지책으로 '꼬리자르기식' 매각 작업을 갑작스럽게 추진하다,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결국 철회하기로 결정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 플랫폼 갑질 논란 부담…'계륵' 계열사였던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18일 카카오모빌리티가 협의체를 통해 도출한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매각 철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으려 했으나, 사회와의 지속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카카오모빌리티 노사의 상생안이 마련되면서 사업 유지에 명분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갑질 논란의 정중앙에 서 있던 모빌리티 계열사에 대한 부담감을 일부분 해소하면서 '계륵'이던 카카오모빌리티에 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 3월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시작으로 7년 동안 모빌리티 시장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며 핵심 계열사로 키워냈다.

하지만 택시, 대리운전 업계의 비판과 이를 의식한 정치권 규제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로 지난해 국정감사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세 번이나 출두시키며 '플랫폼 갑질' 논란의 핵심 계열사로 지목됐다.

카카오는 그간 성장에만 몰두했던 경영 전략을 바꿔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를 꺼내 들며 상생안을 마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손발을 맞춰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3만9천원으로 인하하는 동시에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이해관계자와의 지속해서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또한 모빌리티 플랫폼 비즈니스와 관련된 업계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향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악재'는 계속됐다.

올해 2월에는 서울시가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하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를 마치고 제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 첫 대규모 노조 반발에 당혹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되자 카카오는 최대 주주 지위를 내려놓는 것이 그룹의 실익과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모빌리티 분야에 관심을 보이던 MBK파트너스와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왔는데, 매각가와 관련한 양사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주주인 TPG컨소시엄의 기업공개(IPO) 강행 의지에 협상 진척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 사상 처음으로 노조의 단체 행동이 이뤄질 만큼 노사 갈등이 심화하자 적극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기도 부담스러워졌다.

지난 6월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보유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화된 뒤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해 카카오그룹 내 노동조합은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 중 80% 이상이 노조에 가입하자 카카오노조는 그룹 내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판교역 일대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카카오CAC는 내홍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차례 임직원 대상 소통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노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상생안을 마련해 카카오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흔들리게 됐다.

카카오가 이번 지분 매각의 배경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적 책임이 배치된다고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는 모빌리티서비스의 수익화와 사업영역 확장 그리고 나아가 IPO에 대한 사회의 우려를 경청하게 된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다"고 매각 검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장서 사회와 상생해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카카오는 기존의 매각 검토를 중단했다.

카카오 측은 "이번 결정은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자체적으로 앞으로의 성장 방향을 다 잡은데 의미가 있다"며 "기존에 공개했던 500억원 상생기금 집행 외에 구체적인 실행안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과 성장·혁신을 모두 이뤄내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노동조합이 판교역 일대에 게시한 현수막을 보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계획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카카오 CAC센터에 밝혔다"며 "카카오가 이를 존중해 이번 사태가 해결국면으로 나아가게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규제 완화 분위기도 작용

업계에서는 최근 택시 대란이 발생하면서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이 나오는 분위기도 매각 철회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조만간 최고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8월에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해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서는 심야택시 난을 해소하기 위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탄력요금제는 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 1천원(심야 2천원)의 정액제로 운영되던 중형 택시의 호출비를 최대 5천원으로 올리자, 이용자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서비스 자체를 폐지한 바 있다.

해당 정책이 현실화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의 부정적 여론에 폐지했던 '스마트호출' 요금제 역시 재도입이 가능해져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플랫폼 사후 규제를 약속한 상황이다.

'카카오가 굳이 카카오모빌리티를 팔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카카오는 향후 여러 대외 요건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카카오그룹을 향한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도울 방편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개할 구체적인 상생안과 정치적인 상황의 합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예정된 국정감사를 통해 표출될 정치권의 반응도 카카오모빌리티의 향후 사업 방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골목상권 논란에 대한 부담으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고민한 만큼 대외 환경이 달라지면서 매각을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매각 결정이 철회된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위한 IPO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들은 현재 고가 대비 절반가량의 주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의 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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