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3조원대 몸값으로 증시 입성을 추진했던 WCP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제시한 희망범위 하단 혹은 그 이하에서 공모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14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달러-원 강세가 심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등 우호적이지 않은 증시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WCP는 지난 14일부터 양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 이하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WCP는 최근 IPO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2차전지 업종과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으나, 전일 발표된 미국 CPI로 국내 증시가 흔들린 게 직격탄이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물가 지표 발표 이후 국내 및 미국 증시가 모두 흔들린 상황과 최근 공모주 수익률 악화로 펀드 환매가 늘어나 자금 여력이 풍부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다음주 FOMC 등이 예정돼 있어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는 점도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 위주로 물량이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IPO 시장에서는 WCP 기관 수요예측 흥행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신규 공모주인 배터리 재활용 업체 새빗켐성일하이텍이 공모가 대비 2~3배가량 높은 주가 흐름을 보여 흥행이 가능하다 봤으나, IPO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WCP의 몸값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도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국내 경쟁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 이후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부침이 계속되자 당장의 영업이익과 성장성만으로는 앞으로의 주가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SKIET는 지난해 IPO 호황에 힘입어 공모가(10만5천원) 대비 2배가량 높은 22만원선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7만9천원 수준까지 내림세를 지속했다.

특히 생산라인을 경쟁사인 SKIET와 비교했을 때 중견기업인 WCP의 캐파(CAPA)가 낮을 수 있음을 감안했을 때, WCP의 공모가 산출에 적용된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 배수가 높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발행사측은 SKIET의 상장 당시와 비슷한 비교군을 선정하면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했으며, CAPA와 가동률 등을 모두 반영해 나온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을 산출했기에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봤다.

우선 WCP와 상장 주관사단은 이날 오후 5시 기관투자자의 수요 집계를 마무리한 뒤, 회의를 통해 공모가를 결정할 계획이다.

WCP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은 WCP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8만원)보다 25%가량 낮춘 6만원 선을 적정한 가격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WCP가 기존에 제시했던 희망범위 하단(8만원)보다 25%가량 낮춘 6만원 선에서 공모가를 결정하게 된다면, 쏘카에 이어 몸값 하향 조정 후 상장을 강행하는 또 다른 '빅딜'의 사례가 추가된다.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엔지니어링 등 올해 상장을 추진했던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공모가를 낮추지 않고 공모 철회를 결정했으나, IPO 시장의 위축에도 투자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의 경우 공모가를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상장을 강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최대 투자자인 노앤파트너스가 구주 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점은 공모 구조 변경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노앤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보유 중인 WCP의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한 후 일부 지분을 매도하면서 투자자 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노앤파트너스는 현재 '엔피성장 제6호 사모투자합자회사', '2019 피씨씨 소재부품 투자조합', '씨에스에스에프투자조합' 등을 통해 더블유씨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25%가량이 구주 매출 대상이다.

다만 노앤파트너스가 보통주를 매각한 당시 2조3천억원 수준에서 WCP의 몸값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모가가 7만원 이하로 정해질 경우 후기 투자에 나선 자산운용사들이 일정부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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