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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주최로 매년 8월 열리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980년대 폴 볼커 의장과 같은 면모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례적으로 짧고 강렬했던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나온 배경에 대해 보도하며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시장의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잭슨홀 회의가 열릴 무렵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랠리를 타고 있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를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연준 관계자들은 시장이 그들의 의도를 잘못 읽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파월 의장은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두 명의 관계자의 따르면 그는 원래 써뒀던 연설문을 폐기하고 이례적으로 짧고 심플한 메시지를 담은 연설문을 만들었다. 물가 잡기의 대가로 경기침체도 감수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파월 의장은 지난 1980년대 초 고물가를 막기 위해 살벌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자서전인 'keep at it'을 언급하며 "이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We must 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고 강조했다. 불과 1년 전 만해도 공격적인 완화 정책을 펼치며 벤 버냉키 스타일의 정책을 구사하던 파월이 1980년 이후 가장 빠른 긴축을 펼치게 된 것이다.

현재 연준은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가지고 있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20년간 연준은 완전 고용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물가 상승률은 8%를 넘어 볼커 재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WSJ은 "파월이 볼커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더라도 이 문제(물가 급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전 선임 이코노미스트이자 현재 예일대 교수인 윌리엄 잉글리시는 "파월은 7월 회의 이후 상황이 느슨해진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시장은 연준이 1970년대와 같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즈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렸다가 노동시장이 받을 타격이 두려워 통화정책 경로를 바꿨다.

이후 지미 카터 대통령이 폴 볼커를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고 볼커는 금리를 드라마틱하게 올리는 대담한 변화를 선보였다.

파월 의장은 올해 봄 기자회견에서 볼커가 사용한 전략이 아닌 '그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할 용기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찬사를 표했다. 이후 파월 의장은 잭슨홀에서 간결하고 집중된 메시지를 보냈다.

리서치 회사 TS롬바드의 스티브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잭슨홀 발언에 대해 "아들이 십대였을 때, 내 요점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짧고 선언적인 문장을 써야 한다는 점을 배웠던 것이 기억났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시장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실제로 보고 기뻤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월 의장의 8분짜리 잭슨홀 연설 뒤 일주일간 글로벌 주식 시가총액이 7천조 원(5조 달러) 가까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리라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100bp 인상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WSJ은 연준이 금리를 어디까지 얼마나 빨리 올릴지, 그리고 경제적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연준 내부에서 긴축 속도에 대해 다소 이견이 있어 보이지만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심리가 뿌리내리지 않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WSJ은 "이것이 바로 지난 2019년 파월 의장이 실시했던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을 이유"라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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