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미중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의 대(對) 중국 무역수지가 엇갈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넉달 연속 적자를 보인 반면에 대만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무역협회가 28일 발간한 '한국과 대만의 대중(對中) 무역구조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서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석유 제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리튬이온 배터리 및 원료, LCD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들어 8월까지 한국의 대중국 누적 무역수지는 32억달러 흑자이지만, 규모는 1년 전보다 무려 79.8% 급감했다.

5월부터는 4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이어오는 추세다.

무역적자 규모는 5월 109만3천달러를 기록한 뒤, 6월에 121만7천달러, 7월과 8월에는 각각 59만3천달러와 37만3천달러였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지난 8월 마이너스(-) 3.6%를 기록하면서 역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와 장비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중국의 봉쇄 조치와 양안 갈등에도 무역 수지 흑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의 무역수지는 올들어 8월까지 1년 전보다 21.7%나 증가한 223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반도체 수출 흑자는 약 222억달러(92.7%)에 이른다.

특히 8월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이 보복 조치로 각종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을 가했지만, 반도체 수출은 오히려 21.8% 늘었다.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각각 24.0%와 17.8% 증가했다.

대만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반도체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3.4%에 이르며, 중국은 전자 및 기계제품 등을 대만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무역협회는 대만의 파운드리 기술력과 위탁 수요 증가, 시스템 반도체 위주의 수출 확대 등에 무역수지 흑자가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TS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 4곳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4.0%에 이른다.

또 팹리스와 파운드리, 패키징 등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전 생산 단계에 걸쳐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진단했다.

대만은 미국의 기술 통제로 인한 중국의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을 오히려 수출 증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무협은 해석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조달이 대만에 집중된 가운데 메모리 위주의 한국 기업들은 가격 하락과 중국 화웨이의 구매 중단 등으로 고전하는 상태다.

실제로 연초 이후 7월까지 중국의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대만의 점유율은 35.0%로 미국이 중국에 제재를 시작한 2018년보다 6.1%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8%P 하락한 19.6%로, 주요 경쟁국 중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생산 전 범위에 걸쳐 튼튼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시스템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높여가는 등 균형 잡힌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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