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이 급등했다.
영국 정부가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감세안을 철회하면서 그동안 집중됐던 채권 매도세가 되돌림 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재무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과거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대한 악몽이 채권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3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각)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거래일 3시 기준보다 14.80bp 하락한 3.650%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 3시보다 9.10bp 내린 4.109%였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 3시보다 5.90bp 하락한 3.708%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거래일 -40.2bp에서 -45.9bp로 마이너스폭이 확대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시장은 이날 영국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긴 영국 정부의 감세안 철회 소식에 그동안의 채권 매도세를 되돌렸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은 집권 보수당 연례 총회 이틀째인 이날 트위터에 소득세 최고세율 45% 철폐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올렸다.
콰텡 장관은 "기업 지원과 저소득층 세부담 감면 등 우리의 성장 계획은 더 번영하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면서도 "45% 세율 폐지는 영국이 당면한 도전에 대처하는 우리의 최우선 임무에서 방해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거둬들이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은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이에 영국 국채수익률도 무거운 흐름을 보였다.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19bp 정도 내렸고, 20년물 길트 수익률도 3bp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30년물 길트 수익률은 5bp 정도 올랐다.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도 채권 매수세가 일면서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
특히 스위스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재무 건전성 우려가 불거진 점이 채권 매수세를 자극했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 악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지난 2일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와 지난 주말 동안 투자자, 고객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CS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금요일 회사가 자본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크게 올랐다.
이에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한때 3.57%대까지 하락했고, 2년물 미 국채수익률도 4.05%까지 저점을 낮췄다. 30년물 미 국채수익률 역시 장중 3.63%까지 낮아졌다.
안전자산 선호 차원의 채권 매수세가 더해지면서 미 국채수익률 하락폭이 커졌다.
다만,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미 연준의 긴축 정책에 힘을 더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긴축 정책이 수요를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히스패닉 상공회의소 컨벤션 연설에서 "경제는 이미 수요 둔화를 위한 연준 노력의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도 "물가 압력이 미국 경제 전체에 퍼져있어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낮추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년 동안 목표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지표는 이날 9월 S&P 글로벌 제조업 PMI, 9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PMI, 9월 건설지출이 발표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마킷) 글로벌에 따르면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계절조정)는 52.0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발표된 예비치인 51.8을 살짝 상회하는 수준이다. 9월 PMI는 전월치인 51.5보다도 높았다.
공급관리협회(ISM)는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월 기록한 52.8보다 하락한 것으로 2020년 5월(43.5) 이후 최저치이다.
8월 건설지출은 전월보다 0.7% 감소한 연율 1조7천81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0.2%보다 더 줄어든 수준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영국 정부의 감세안 철회와 CS 관련 금융권 불안 심리에 주목하고 있다.
BMO캐피털의 이안 린젠과 벤자민 제프리 금리 전략가는 "가격 움직임이 랠리를 주도하는 단기물과 함께 더 가파른 커브를 보이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위험 자산 약화는 결국 글로벌 통화정책 담당자들의 금리 인상 야심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전환을 예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실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받는 카테고리의 측면에서 점점 광범위해지면서 11월 7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고, 이 시점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키스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는 "CS의 시스템적 리스크에 대한 불안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는 CS의 리스크가 미국 은행권에 전이될 위험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와 비교할 때 미국 은행이 훨씬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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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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