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등 시장 안전화 조치를 단행했지만,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는 이어질 것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4일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등 신뢰가 훼손될 경우 주요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베어스턴스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국채(길트) 10년물 수익률 일봉 차트
인포맥스 제공


투자전문 매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BofA의 주식 파생상품 분석가인 벤자민 보울러는 BOE가 지난주에 장기채권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영국 국채(길트)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지만,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연준과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 40년 이상 만에 가장 빠르고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펴면서 레버리지(부채조달비율)가 높은 경제 시스템을 무자비하게 깨웠다"고 강조했다.

BOE는 당초 영국 국채에 대한 매도를 강화할 예정이었다.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길트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는 등 정반대의 정책을 긴급하게 동원했다.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영국의 금융 안정성이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불안이 연기금(pension fund)의 축적된 위험을 노출시킨 것으로 평가되면서다. 부채연계투자(LDI)로 알려진 관행은 영국 연기금을 곤란한 상황에 빠트렸다.

지난달 23일 미니 예산안 발표 이후 영국 연기금이 최소 10억파운드(약 1조5천억원)의 마진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연금 컨설턴트인 XPS의 벤 골드 투자 헤드는 자문을 해주는 400개의 연금 가운데 약 3분의 2가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채권 수익률이 급격하게 오름에 따라 일부 거래 상대방은 24시간 이내에 자금을 요구했으며, 회사채는 결제에 3영업일, 주식은 2영업일이 걸리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BOE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부에서 LDI 펀드의 파산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BOE는 지난달 28일 오는 10월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필요한 만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 23일 대규모 감세 계획을 발표한 후 파운드화가 한때 역대 최저로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2거래일 만에 100bp 이상 급등한 데 따른 시장 안정 조처다.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한 영국 국채 매도(양적긴축:QT) 일정도 10월말로 연기됐다.

BOE는 지난달 말 장기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따른 첫 번째 국채 입찰에서 10억파운드어치의 장기 국채를 사들였다. 매입 계획인 최대 50억 파운드의 5분의 1 수준이다.

보울러는 BOE의 장기채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2차 효과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더 강화된 테일리스크에 대한 가격을 산정하도록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연준도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과 재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상충관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BOE 의 시장 개입 이후에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58% 까지 하락하는 등 채권시장은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울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영국의 FTSE 100 지수가 지난주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이 중앙 은행의 신뢰도가 이미 훼손됐다는 신호이며 연준 풋옵션의 시험이자 실패가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는 우리의 견해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풋옵션은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약화될 경우 중앙은행인 연준이 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을 일컫는다.

그는 BOE의 비상 대응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율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BOE의 길트 시장에 대한 조치는 명시된 인플레이션 억제 계획에 위배되며 각국 중앙은행의 풋옵션에 따른 진정 효과도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BOE 풋옵션이 실패할 경우(또는 중앙은행 풋옵션의 다음 테스트) 위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베어스턴스(Bear Stearns) 사태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고인플레이션 시대에 중앙은행의 보호 기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베어스턴스는 결국 파산해 JP모건에 인수됐다.

그는 연준이 비슷한 딜레마에 빠졌으며 실패하고 있다면서 2008년 금융 위기를 악화시킨 리먼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어스턴스(The Bear Stearns Companies, Inc.)는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로 튼튼한 재무구조를 자랑한 우량 은행이었다. 하지만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신용위기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자금난을 겪게 되고, 기어코 시장의 신용을 잃어 파산위기를 맞았다. 당시 미국의 JP 모건체이스가 은행재벌과 사업가를 끌어 들여 부실 채권을 헐값으로 인수했다.6개월 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불안 요인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불거져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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