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글로벌 변동성에 서울 아파트값 급락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의 낙폭이 커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원선이 무너졌고, 서울 아파트값은 18주 연속 하락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방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재건축 부담금을 낮추는 등 규제 완화를 이어가며 주택시장 급랭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아파트값 하락 전환의 트리거가 됐던 미국발 금리 인상이 일단 마무리돼야 주택시장의 흐름도, 수요심리 예측도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고물가에 금리가 크게 오르고 강달러에 환율이 급등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속에 무역수지도 적자행진 중이다. 유럽과 신흥국 중심의 글로벌 변동성 확대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 향후 6개월 고비, 내년 1분기 이후 전망 엇갈려
미국 금리 상단이 4%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말 3%대까지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 인상이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지고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 이후부터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장기간 상승장을 마치고 본격적인 침체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에서는 다시 오름세를 예측하기도 한다. 전자는 과거 하락장과의 유사성이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 주목한다. 후자는 미국 금리 인상 기조의 변화와 만성적인 국내 주택공급 부족을 근거로 꼽는다.

일단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연말까지 금리 인상 흐름을 살핀 뒤 글로벌 경제 여건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장은 무엇보다 심리적인 불안감과 불확실성, 그리고 수급 논리에 따라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 단기 재반등 쉽지 않다
다만 단기 재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글로벌 경제 여건이 상당히 악화할 우려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거나 바뀌더라도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패권 경쟁, 그리고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할 우려가 크다.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정책의 부재가 걱정되고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을 갖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요 구매력을 고려한다면 주택가격의 상당한 하락 조정이 예상된다.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매력을 보완했던 저금리와 쉬운 대출환경이 달라지면서 주택 적정가격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수익 기반의 적정 주택가격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최근 실거래가격을 근거로 볼 때 수요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구매할 수 있는 주택가격이 형성되려면 추가적인 집값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계층별로 차이는 있으나 집값 급등기 거래시장을 주도했던 2040 영끌 투자수요의 리스크 확대와 이탈 가능성을 고려하면 집값 하락 폭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처럼 거래절벽이 지속된다면 수급에 따른 적정한 가격조정이 일단락될 때까지 하락장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 하락기에 할 수 있는 일
불가피한 하락조정 구간에서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급격한 집값 변동으로 늘어날 수 있는 위험가구를 관리하고 부동산 자산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금융과 경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규제 완화 혹은 정책 정상화는 하락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과도한 직접 관리는 점검하고 지속성을 높여야 할 정책의 방향성 측면에서 로드맵과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이달 예고한 주택공급계획은 정교함과 실행력을 필요로 한다. 적절한 공급 지역과 대상 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집값 하락기에 나타날 수 있는 공급 위축에 대응해야 한다. 재반등 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그 원인으로 상당수가 공급 부족과 수급불균형을 첫손에 꼽기 때문이다. 또 집값 하락기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수록 저소득 무주택가구의 주거 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관리가 더욱 필요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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