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과 금융불균형의 축소를 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과 경기 전반의 침체 위험이 점차 확대하면서 통화정책 결정에서도 고려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매매가격(전국)은 올해 5월까지도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락세는 지방보다 수도권이, 그리고 수도권보다 6대 광역시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서울은 수도권이나 6대 광역시보다는 낙폭이 작았지만 지방보다는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출처 : 한국부동산원]


시장참가자들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가파른 인구감소와 결합해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 5천200만명에서 2040년에는 5천만명, 2070년에는 3천800만명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증권사의 한 채권운용 본부장은 "인구 감소와 결합한 주택 가격 하락에 부동산 경기가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몇 년 내에 이를 잡지 못하면 일본화(Japanification)의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올해 상반기 아파트 거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경기 지역에서 미분양 물량이 쏟아진다고 한다"며 "'영끌족'은 다들 어려운 사람인데 부동산이 무너지면 서민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내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3.25% 올린 뒤 수출과 부동산 경기의 쇼크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내년 2분기 한국은행의 2% 목표치를 하회하고, 과도한 긴축이 성장률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와 금융안정에 대한 위협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의 정책이 유턴할 것"이라며 "2023년 총 150bp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은 것도 부동산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20년 3월 34.4%를 기록한 뒤 다음달인 4월부터 2년5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8월 21.5%를 기록했다.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정부도 고정금리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초장기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우리나라 사정상 고정금리 확대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한은도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으로 ▲은행의 장기조달성 수신 미비 ▲전세·신용대출 비중 확대 ▲장단기금리차 확대에 따른 변동금리 메리트 부각 등을 지적한 바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장일치 기준금리 인상결정을 내렸던 지난 8월 금통위에서 한 금융통화위원은 "우리 경제의 경우 소득에 대비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라 있어,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면서 고금리 여건과 결합하게 되면 경기 둔화폭이 확대되고 침체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물가 상승압력에 추가적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더라도 그 속도와 정도를 신중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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