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약속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맞았다.
6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번 디폴트 사태를 두고 보증사인 강원도와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은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강원도의 경우 ABCP의 기초 자산이 되는 대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했던 터라 디폴트 사태를 예상하진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BNK투자증권은 대출 연장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와중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결정 및 강원도의 지급금 지급 의무 미이행 등으로 디폴트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대출 연장으로 사전 대응" vs "회생 절차 돌입 여파"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ABCP 디폴트 사태를 두고 보증사인 강원도와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자체가 보증한 ABCP가 최종 부도 처리되는 이례적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4일 한국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ABCP 신용등급을 'D(sf)'로 조정했다. ABCP 차환 발행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지급금 지급 의무를 맡았던 강원도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최종 부도 처리됐다.
강원도 측은 이에 대해 대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했던 터라 디폴트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만기(9월 29일) 한 달여 전인 올 8월 ABCP의 기초자산인 대출을 4개월 연장하고 회생 절차 등을 통해 강원중도개발공사 정상화를 꾀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SPC에 4개월분의 선취 이자를 납부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4개월 대출 연장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불했단 걸 인지했기 때문에 ABCP 지급금을 바로 보충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회생 신청 및 상호 협의 전 선언적 의미였던 회생 발표 등에 BNK투자증권이 빠르게 조치하면서 미스 매칭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ABCP 주관 업무를 맡았던 BNK투자증권은 대출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선취 이자 납부의 경우 협의 조건 중 하나일 뿐 해당 절차가 실제 대출 연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선취 이자 지급은 대출 연장 협의를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라며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경우 선취 이자만 냈을 뿐 이후 주관사 등과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연장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고 회생 절차 결정 등으로 차주의 신용등급 변동이 없거나 경영상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또 다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와 BNK투자증권은 앞서 대출 연장 등을 두고 접점 찾기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1월까지 연장을 요구한 강원중도개발공사와 달리, BNK투자증권의 경우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의사 등을 고려해 연장 기한을 다소 짧게 가져가는 방안을 고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기업 회생 신청 발언은 사태를 악화시켰다. 지난 28일 김 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발언하면서 대출 연장 등에 대한 가능성도 희미해졌다. 마침 이튿날 만기를 맞은 ABCP에 대해 강원도가 지급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며 디폴트로 마무리됐다.
◇"회생 절차 후 부족분 지급할 것"…시장 혼선 불가피
강원도 측은 보증 의무보다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절차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자금 지급이 강원도민의 세금으로 구성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앞선 강원도 관계자는 "저희가 법적으로 져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채무 이행 능력 부족에서 시작된 문제인 만큼 회생 절차 등을 통해 이를 정상화하는 게 먼저였다"고 밝혔다.
강원도의 경우 회생 절차를 통해 나타날 강원중도개발공사 인수자가 채무 관계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번 ABCP 등에 대한 자금 지급 등이 불완전할 경우 지급금 지급 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오다.
해당 과정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시장의 혼선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BCP 관련 계약상 강원도의 지급금 지급 의무가 대출 만기일 오후 3시까지로 약속돼 있었던 만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온전히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사업을 김진태 현 지사가 접겠다고 나서는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ABCP를 둘러싼 금융 피해자만 잔뜩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이번 사태가 시장 전반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는 만큼 빠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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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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