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일본은행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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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일본의 '망가진(broken)' 통화정책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또한 일본은행(BOJ)이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을 포기하면 금리가 급등하는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OE) 식의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BOJ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금융정책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정책을 조정하거나 심지어 폐기할 준비를 하는 징후가 있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마켓워치가 25일(미국시간) 보도했다.

BOJ가 국채 수익률의 상단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쓰면서 다른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의 움직임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당국은 몇 가지 이유로 확고한 초완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 리서치 공동 헤드는 이번 주 회동 이후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발언이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중앙은행의 접근 방식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몇 달 동안 투기세력과 투자자들은 점점 BOJ 정책에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일본 국채 매도를 통해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선물 시장에서는 현물 시장보다 국채 수익률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 수익률은 BOJ가 부과한 상한선을 시험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초과하고 있다고 사라벨로스는 말했다.

중앙은행이 환매할 수 있는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일부 발행물만이 YCC 수익률 상한선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엄격하게 통제되는 일본의 나머지 국채 시장은 이러한 제약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다.

올해 달러-엔 환율이 급등했음에도 하루히코 총재는 YCC 정책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책 변화를 검토하기에 앞서 물가가 2%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연초 이후 엔화는 달러화에 30% 가까이 폭락했다.

일본의 9월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3% 상승해 8년 만에 가장 높게 올랐다. BOJ가 제시한 2% 목표치에 안착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JST 어드바이저스의 존 투렉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BOJ 회의가 오는 28일 마무리되면 투자자들은 일본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이 발표하는 거시 전망을 주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전망치에 담았는지 보기 위해서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스티브 잉글랜더 G10 외환전략 글로벌 헤드는 BOJ가 만약 항복하기로 한다면 글로벌 채권 시장의 불안을 촉발하지 않기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일본 국채 금리가 시장이 적절하게 생각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오르면 'BOE식의 충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BOJ가 항복하면 엔화가 달러화에 급등할 것이며 이는 아시아 통화의 동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잉글랜더는 전망했다.

사라벨로스는 만약 일본이 미국채를 포함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통해 엔화를 계속 지지한다면 미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더 높아지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렉과 사라벨로스는 모두 일본이 외화 자산을 매도해 엔화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국채 금리를 높여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엔화를 지지하려는 노력은 '헛된' 것일 수 있다고 사라벨로스는 평가했다.

다만 BOJ도 이런 식으로 평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껏 일본 당국은 엔화가 대폭 절하하고 있지만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BOJ가 가진 고통의 '기준선'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일본 당국은 엔화의 절하가 상대적으로 질서 있게 진행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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