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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쿠팡이 올해 3분기 '수익 추구 전략'을 선언한 지 약 1년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이커머스 시장 리딩컴퍼니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쿠팡은 작년 3월 미국 증시에 입성한 이후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오며 주가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이번 흑자 전환이 주가 반등의 신호탄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로켓배송' 도입 8년 만에 흑자전환 성공
1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3분기 7천742만달러(약 1천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2분기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이 1천억원 이하로 줄어든 데 이어 3분기 단숨에 흑자를 시현했다.

이는 쿠팡이 지난 2014년 로켓배송 도입 후 첫 분기 흑자다.

지난해 3분기 약 3천653억원의 영업손실과 3천756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가파른 수익성 개선으로 흑자구조로 돌아선 것이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한 51억달러(약 6조8천383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조정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는 1억9천500만달러(약 2천668억원)로 나타났다.

조정 에비타는 영업 활동만으로 벌어들인 실제 사업의 순수한 현금흐름을 볼 수 있는 지표로, 쿠팡의 조정 에비타는 연간 기준으로도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범석 의장은 3분기 실적에 대해, "기술, 풀필먼트, 라스트 마일(최종 배송단계)을 통합한 독보적인 물류 네트워크에 지난 7년간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결실"라며 "앞으로도 프로세스 최적화, 머신러닝과 로보틱스를 포함한 자동화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고객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도 "전 비즈니스에 거쳐 9천100만달러 규모의 기록적인 순이익을 달성했다"며 "최근의 수익 개선 노력은 기술과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와 혁신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석의 '수익성 추구 전략' 통했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지난 1분기까지 분기마다 2천500억원~5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다.

이커머스 산업의 성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가운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흑자'를 언급하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작년 말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는 "지난 2년간 매출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이런 빠른 성장을 바탕으로 효율성과 영업 레버리지 향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兆) 단위의 적자를 감수하며 외연 확장을 도모하기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작년 말 쿠팡은 장기적인 목표로 매출의 7~10% 수준의 조정 에비타와 올해에는 조정 에비타 기준 손실 규모를 4억달러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후에는 연간 조정 에비타 목표를 흑자로 상향 조정해 수익 창출의 기대감을 높였다.

쿠팡은 지난해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가격을 2천900원에서 4천990원으로 인상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올해 6월부터는 기존 회원도 인상된 가격으로 멤버십을 유지했다.

또한 쿠팡은 강력한 풀필먼트 경쟁력을 기반으로 오픈마켓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쿠팡의 입점 소상공인은 올해 3분기 전년 대비 25% 늘어났으며, 매출 성장률도 같은 기간 140%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쿠팡의 소상공인 파트너 수가 15만7천여명이었으며, 현 기준에서는 20만명에 육박한다.

김 의장은 "입점 파트너의 70% 이상이 연 매출 250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상공인"이라며 "오프라인 판매처에서 소외된 수만 곳의 중소기업과 혜택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오픈마켓 거래금액은 올해 32.6%, 내년에는 46.3%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쿠팡은 향후 입점 판매자 대상 대출 서비스를 본격화해 수익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탄탄한 활성고객…이커머스 리딩컴퍼니 굳히기
쿠팡의 활성 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1천799만2천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약 7% 늘었다.

1인당 고객 매출은 284달러(약 38만원)로 3%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19% 늘어난 수준이다.

쿠팡의 핵심 비즈니스인 로켓배송, 프레시, 마켓플레이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부문 매출은 49억달러(약 6조5천684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0% 증가했다.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해외 핀테크 등 신사업부문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지난해와 비교해 50%가량 줄어든 4천430억달러(593억원)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신사업 부문의 원화 기준 매출은 10% 성장했으며, 매출 총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거의 4천200만달러 증가했다"라며 "신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신시장에서 고객 혁신을 펼쳐나갈 잠재력이 있다. 소규모 투자에서 시작, 원칙에 입각한 장기 투자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 성장세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보다 4배가량 빠른 속도라고 쿠팡은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통 공룡으로 꼽히는 이마트와 롯데가 내놓은 SSG닷컴과 롯데온은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SSG닷컴은 올해 2분기 405억원의 영업손실과 4조228억원의 매출을 냈으며,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쇼핑의 이커머스부문은 378억원의 영업손실과 250억원의 매출을 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월간사용자(MAU) 기준 모바일 쇼핑앱 사용자 1위에는 2천766만7천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쿠팡이 압도적인 차이로 이름을 올렸다.

11번가는 942만명, SSG닷컴은 226만명, 롯데온은 168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7월 기준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부문에서 쿠팡 앱의 단독 사용률은 작년 7월 32.13%에서 올해 36.97%로 올랐다.

1인당 월평균 사용일도 같은 기간 13.6일에서 올해 15.1일로 늘었다.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쿠팡은 꾸준하게 사용자 수가 증가하며 성장하는 모습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많은 스타트업이 고금리 상황에 따른 투자 자금 유치의 어려움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라며 "직간접 경쟁자의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온라인 시장 경쟁 완화는 쿠팡의 점유율 증가에 긍정적이다"라고 분석했다.
◇'흑자전환' 쿠팡…주가 반등 신호탄 될까
쿠팡은 작년 3월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공모가 주당 35달러로 뉴욕 증시에 데뷔해 한때 주당 6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주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소비 둔화의 겹악재를 맞아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새벽 배송 등의 사업을 철수하는 등 이커머스부문에서 힘을 빼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기준 쿠팡 주가는 10달러를 하회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2분기 영업손실을 크게 줄인 성적표를 발표하며 수익성 개선 조짐을 내비친 뒤 쿠팡의 주가는 반등했다.

이날 장 마감 이후 발표한 흑자 전환 소식에 쿠팡 주가는 오전 시간 외 거래에서 8.41% 상승해 17.66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영업흑자로 수익성을 입증한 쿠팡에 투자자들이 마음을 돌릴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도 쿠팡의 수익성 추구 전략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HSBC는 "쿠팡이 고수익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고 비용 효율화와 제품값, 회원 요금 인상,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3자물류 진출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쿠팡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라며 "향후 1년 내 쿠팡의 목표주가는 30달러"라고 예상했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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