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현금흐름표는 기업의 사실, 재무제표는 사실과 분석의 혼재다. 건전하다고 보였던 기업인데도 수년 후 재무적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도 있고, 산업 구조 변화로 업종 전체가 서서히 침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재무적 불일치를 찾기 위해 연합인포맥스는 피데스어드바이저리와 함께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 증시에서 거래된 기업들의 재무제표와 공시를 분석했다. 기업의 신용 불균형을 찾기 위한 'CIT(Credit Imbalance Tracker)'를 통해 상장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까지 조망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이규선 기자·유기성 연구원 = 1세대 음원서비스 소리바다, 이미지센서 특화 기업 테라셈…. 올해 상장 폐지된 17곳의 기업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0을 하회하는 등의 사례다.

10일 연합인포맥스와 기업신용분석 전문 업체 피데스어드바이저리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거래소에서 거래된 기업의 재무제표 2만3천946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재무적·경영적 이유로 상장폐지가 된 기업은 신용 불균형 추적 장치(CIT·Credit Imbalance Tracker)에서 평균 18개 항목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CIT는 기업의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 비정기 공시 등을 종합해 재무 취약 상태를 평가하는 모형이다.

현금 흐름은 물론, 매출 채권 증감, 판관비, 유·무형 자산의 손상차손 또는 감가상각비 등 약 100개의 항목을 분석한다.

특히 유상증자 발생 여부 및 현금 흐름 대비 배당금 지급 등, 후행적 지표인 재무제표에는 당장 반영되지 않지만,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모델화해 기업 활동의 건전성을 점검한다.

기존의 재무 분석과 달리 CIT는 다년간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 흐름을 동시에 분석하고 어떤 부분에서 불균형이 심한지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둔다.

CIT 모델에 따르면 기업이 상장 폐지될 때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은 영업이익과 이자 비용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것은 현재 창출해낼 수 있는 현금으로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을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이자 비용이 증폭되어 오히려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4월 상장 폐지된 조선 기자재 업체 현진소재다.

한때 시가총액이 8천억 원을 웃돌았던 현진소재는 2010년대 조선업황이 침체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4천억 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9년 1천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2월엔 은행 대출금 4억 원을 연체하는 상황까지 이르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

올해 반기 말 기준으로 단기 차입금과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약 761억 원에 이르는 가운데, 단기 차입금 670억 원의 평균 이자율은 7.68%, 연간 이자만 51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영업손실도 이어지고 있어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결국 거래소에서 발을 빼게 됐다.

지난 9월 상장 폐지된 소리바다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리바다의 CIT 시계열 데이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MP3 보급 확대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소리바다는 통신사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밀려 2013년부터 영업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해 5월 2020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로 나와 관리종목으로 지정과 함께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거치며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또다시 2021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을 '의견거절'로 받아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양기태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CIT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반영해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동시에 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재무제표의 불균형을 추적해 수치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모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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