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민연금 등 공적 투자기관을 활용한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투자기관의 해외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 상향과 해외투자 비중 조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연금의 헤지 비율을 현행보다 10% 포인트 가량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를 끌어낼 방침이다.

또 해외투자 비중을 줄여 국내 투자를 확대해 회사채 등 원화 자금시장의 안정도 꾀한다는 복안이다.

◇연금 추가 환헤지로 달러 매도…달러-원 안정 강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에서 담당 부처를 통해 주요 공적 투자기관의 기존 보유 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 상향 조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12개 공적투자기관이 모두 해당하지만, 핵심 타켓은 국민연금이다.

연금의 해외투자 자산은 약 3천340억(7월말 기준) 달러로 12개 공적투자기관의 총 해외투자자산 약 4천억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금은 올해 중하순까지만 해도 규정상 가능한 전술적 환헤지에 나서지 않고 현물환시장 달러 매수를 고수하며 달러-원 환율 급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금은 달러-원이 1,400원선도 연달아 넘어서는 등 불안이 극심해지자, 변화를 보였다. 한국은행과 올해 연말까지 100억 달러 외환스와프를 통해 신규 투자자금을 조달키로 했고, 별도로 선물환 매도를 통한 전술적 환헤지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달러-원 상승세가 상당폭 누그러졌지만, 당국은 연금의 추가적인 달러 매도를 끌어내 환율 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연금은 현재 해외자산의 5% 이내로 설정된 전술적 환헤지 방침에 따라 한은과 외환스와프 및 선물환 매도에 나서고 있다. 해외자산이 약 3천300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한은과 스와프 한도 100억 달러를 채우고 나면 신규 선물환 매도 여력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만큼 당국은 현재 해외자산의 5% 이내인 전술적 헤지 비율을 15%로 10%포인트 올리거나, 혹은 100% 환오픈 원칙을 수정해 해외자산의 10%가량에 헤지는 걸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실화하면 연금은 향후 300억 달러 이상 추가 선물환 매도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연기금까지 합하면 총 400억 달러가량의 선물환 매도 가능성이 생긴다.

◇해외 대신 국내 투자…회사채 시장에도 '백기사'
정부는 또 연기금의 해외투자 비율 조정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등이 해외투자 비중을 꾸준히 높인 만큼 사실상 비중을 낮춰달라는 주장이다.

해외투자 비중을 줄이면 신규 투자를 위한 달러 매수 요인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국내투자 확대로 인한 채권 등 다른 시장의 안정도 꾀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회사채 시장은 극심한 자금 경색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내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용위험 발생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좀처럼 회사채에 투자하지 않는 탓이다.

정부가 채안펀드의 재가동 등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감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투자 여력이 있다 해도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다렸다가 투자하는 것이 적절할 뿐만 아니라 신용위험도 최근 커졌다"면서 "시장 전반에 자금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는 등 거시 여건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돌릴 길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정부에서는 연기금 등 공적 기관이 최근의 시장 불안을 달래는 데 나서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내 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및 한국은행과 정책금융기관 등과 회의를 열고, 연기금의 금융시장 안정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연기금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자금의 경색 상황을 우선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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